14일 임시총회 개최, 조합장 해임 안건에 367명 중 355명 찬성
“새 집행부 꾸린 후 정기총회서 시공사 교체 안건 다룰 것”

롯데건설이 지난 2018년 흑석9구역 조합에 제안한 단지 조감도 / 사진=롯데건설<br>
롯데건설이 지난 2018년 흑석9구역 조합에 제안한 단지 조감도 / 사진=롯데건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해임했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조합과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조합 집행부가 제대로 재제를 하지 않아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는 게 해임 사유다. 기존 조합 집행부가 물러나면서 그동안 각종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조합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던 롯데건설의 입지도 위태로워진 모습이다. 

15일 흑석9구역의 비상대책위원회격인 ‘바로서기 모임’(바로서기)에 따르면 흑석9구역 조합원들은 전날(14일) 오후 8시 서울 동작구 현충로 원불교 소태산 기념관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장과 이사 5명, 감사 2명 등 임원을 해임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이날 임시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689 중 367명(53.3%)이 현장에 참석했다. 투표 결과 참석자의 96.7%를 차지하는 355명이 해당 안건에 찬성했다. 이외에 반대 1명, 기권 10명, 무효1명 나왔다.

조합장 해임안이 발의된 주요 원인은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28층 11개 동’(2811) 안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조합이 이를 제재하지 못한 게 꼽힌다. 조합원들은 그동안 2811 안의 무산에 따른 보상 차원으로 롯데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르엘’ 적용과 충분한 주차장 확보, 빠른 사업진행 등을 요구했지만 어느 하나도 지키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조합장이 해임되면서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시공사 입지도 위태로워졌다. 롯데건설은 2018년 5월 경쟁사인 GS건설을 꺾고 흑석9구역의 시공사로 낙점됐다. 롯데건설은 조합이 마련한 건축계획의 최고 층수를 25층에서 28층으로 높이고, 동 수는 21개 동에서 11개 동으로 줄이는 안(2811)을 제시하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811안은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후 ‘최고 25층 16개 동’(2516) 안을 다시 제시했지만 조합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애초에 불가능한 안건으로 조합원들을 현혹해 시공사 지위를 따냈고, 지금까지 2811이 무산된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나 배상도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또 롯데건설은 이번에 열리는 조합장 해임 관련 총회를 무산시키려는 정황이 포착돼 조합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롯데건설 측 OS요원(외주 홍보직원)은 전화·방문을 통해 ‘조합장이 해임될 경우 사업에 지장이 생기는 만큼 해임 총회에 참석하지 말라’며 조합원들을 회유했다. 이에 해임총회를 추진한 비대위는 롯데건설에 경고성 공문을 두 차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향후 새 집행부를 꾸리고 오는 30일 정기총회를 통해 시공사 교체 관련 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롯데건설 측에 계약불이행에 따른 380억원 규모의 위약금을 받아낸 뒤 롯데건설과 설계를 변경하고, 주거단지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하이브랜드인 ‘르엘’ 적용 방안을 요청할 계획이다.

흑석9구역은 중앙대 인근 흑석뉴타운 내 흑석동 90번지 일대(9만4000㎡)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4400억원 규모로 흑석뉴타운 내에서도 대어급 재개발 사업지로 꼽힌다. 롯데건설은 2018년 5월 경쟁사인 GS건설을 꺾고 흑석9구역의 시공사로 낙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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