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효자’ 삼호·고려개발, 합병 승인
대림그룹, 석유화학 부문 분할·투자 활발
지배구조 개편 위한 지분 강화 나서나

새롭게 출범 예정인 ‘대림건설’은 이해욱 대림그룹 회장의 지배력 강화 작업에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대림산업 자회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한 ‘대림건설’이 출범한다. 대림산업의 실적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대림건설이 이해욱 대립그룹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화학 부문의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대림산업 실적 효자’ 삼호·고려개발, 7월 ‘대림건설’로 재탄생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호는 전날(13일) 주주총회를 열고 고려개발과의 합병계약서를 승인했다. 앞서 대림산업의 자회사인 두 회사는 지난 3월 합병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양사의 합병은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사업 분야가 달라 양사가 지닌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어서다. 종합건설업체인 삼호와 고려개발은 각각 주택과 토목 분야에 강점을 갖췄다. 두 회사는 이번 합병 승인에 따라 오는 7월 1일 ‘대림건설’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대림산업은 삼호의 지분 72.94%와 고려개발 보통주 44%, 우선주 100%를 보유해 양사를 직접지배 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완료하면 대림산업은 대림건설 지분 66.36%를 보유하게 된다.

삼호와 고려개발은 대림산업의 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코로나19 여파에도 1분기 매출액이 2조50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가량 늘었다. 영업이익은 29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이는 삼호와 고려개발의 호실적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8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한 후 대림산업의 연결실적에 편입된 고려개발은 편입 후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고려개발은 1분기 매출 1376억원과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 3.8% 늘어난 수치다.

삼호는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삼호의 1분기 매출액은 42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33% 늘었고, 영업익과 순이익 또한 전년 대비 각각 95.6%, 79.5%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대림산업은 하이앤드 브랜드 ‘아크로’를 중심으로 한 주택사업과 해외 디벨로퍼 역량 강화를 방점으로 움직이고, 대림건설은 중소규모 주택사업과 토목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좌 대림산업·우 대림건설, ‘막강 캐시카우’로 석유화학 부분 힘 실어줄 듯

이번 합병은 대림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대림그룹이 대림코퍼레이션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부분을 분리·합병해 이 회장의 지배력을 강하는데 활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대림그룹의 석유화학부분에 대한 투자는 이러한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대림산업의 건설 부문과 이번에 새롭게 등장하는 대림건설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석유화학제품을 유통하는 폴리머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대림피앤피를 세웠다. 대림산업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합성수지·포장재 등을 제조하는 필름사업부를 분할해 대림에프앤씨를 설립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석유화학사업부 분할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 최근 6200억 원의 규모의 미국 석유화학업체 합성고무사업부(카리플렉스)를 인수하는 등 석유화학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태국 PTT 글로벌 케미칼과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미국 석유화학단지의 경우 향후 5년 동안 2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대림산업이 최근 6000억원 규모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비주거시설을 팔기로 결정한 것도 매각대금을 석유화학부문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림산업이 석유화학부분에 지속해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사업을 따로 분리시켜 카리플렉스·대림에프앤씨·대림피앤피와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이해욱 회장, 과거 합병 통해 지배력 강화···올해 구조조정 전문가 대림코퍼레이션 대표로 앉혀   

이 회장은 그동안 합병을 통해 대림그룹 지배력을 확대해왔다. 2008년 지분 100%를 보유한 대림에이치앤엘과 대림코퍼레이션 합병으로 대림코퍼레이션 2대 주주(지분율 32%)가 됐다. 2015년에는 지분 89%를 보유한 대림아이앤에스와 대림코퍼레이션을 합병해 대림코퍼레이션 최대주주(52.3%)로 올라섰다. 이 회장이 올해부터 구조조정 전문가인 이준우 대표에게 대림코퍼레이션을 맡긴 것도 지배구조 개편의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대림그룹은 비상장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이 지주사, 대림산업이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구조다. 이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62.3%를 보유 중이고 대림코퍼레이션은 특수관계인 포함 대림산업 지분 23.12%를 들고 있다. 그리고 대림산업이 삼호, 고려개발, 대림에너지, 대림자동차,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다만 대림산업은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강성부펀드(KCGI)가 지난해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32.6%를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