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구하라 전 남자친구 사건도···성범죄 전향적 ‘강력처벌’ 나올지 주목
1심, 범죄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선고 직전 합의서 제출돼 ‘집행유예’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준기(75)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의 2심 절차가 시작됐다. 김 전 회장 사건은 성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지법 항소부가 맡는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 2심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김재영·송혜영·조중래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판사 1명이 심리하는 지방법원 단독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을 받은 김 전 회장은 고등법원이 아닌 지방법원 판사 3명이 합의해 심리하는 형사항소부에서 2심 재판을 받는다.

형사항소1-1부는 또 대등재판부다. 부장판사 1명과 일반판사 2명이 있는 일반 합의부 재판부와 달리 부장판사 3명이 재판부를 구성한다. 법원은 수평적 관계의 재판부 구성을 통해 재판의 적절성과 충실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등재판부를 늘리고 있다. 중앙지법 형사 항소부는 총 7개(형사보상 및 상속권 회복 사건 담당하는 51부 제외)로, 이 중 4개가 대등재판부다.

이 사건은 검찰과 김 전 회장 쌍방이 항소했다. 1심이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고, 김 전 회장도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는 점에서 2심에서는 양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구속기소 상태로 재판을 받았던 김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6개월만에 석방됐다. 검찰은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지만, 피해자가 합의서를 제출하면서 재판이 연기되는 등 변수가 생겼다.

최근 n번방 사건 등 잇따른 성착취·성폭력 범죄 판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만큼 2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전향적인 판결을 선고할지도 주목되는 상황이다. 형사항소 1-1부는 가수 故구하라씨의 전 남자친구 최종범(29)씨의 폭행·협박 혐의 2심도 맡고 있어 여론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자신의 별장에서 일한 가사도우미를 성폭행·성추행하고 2017년 2부터 7월까지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7월부터 질병 치료 차 미국에서 머물던 김 전 회장은 여비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6개월마다 체류 기간을 연장하며 경찰 수사를 피해왔다.

그는 경찰이 여권을 무효화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는 등 압박하자 2년 3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23일 새벽 귀국해 체포됐다. 김 전 회장은 공소사실의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들과 연인처럼 가까운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 1심, 공소사실 모두 유죄 판단···“죄질 나쁘지만 피해자에게 용서받아 참작”

1심은 “피해자들 진술의 신빙성이 높고,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폭로하게 된 경위가 자연스럽다”며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무고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지어내 진술했다거나 무고할 동기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양형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사회적으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그룹 총수의 지위에 있음에도 그런 책무를 망각한 채 가사도우미와 비서 등 피해자들을 수차례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 지시에 순종해야 하는 취약한 처지에 있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지위를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들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고 치료를 받는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미국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수사기관의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아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다만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아 이들이 모두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동종 성폭력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 사실관계를 인정한 점, 고령인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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