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법 허점 노린 넷플릭스, ‘망 사용료’ 책임감 보여야
  • 원태영 기자(won@sisajournal-e.com)
  • 승인 2020.05.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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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임승차 논란…관련법 개정안 통과 변수

최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와 관련해 법적 분쟁을 진행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 사용량이 많은 넷플릭스가 무임 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넷플릭스측은 ‘이중과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은 1년이 넘도록 망 비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 인해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해외 망 증설을 네 차례나 시행하기도 했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통신사업자들이 일반 이용자에게 이용 요금을 받으면서 또다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망 비용을 내는 대신 통신사에 캐시서버(OCA)를 무상 설치하는 ‘오픈커넥트’ 방식을 통해 트래픽 과부하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측 의견을 살펴보면, 각자의 명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행동을 살펴보면, 마냥 넷플릭스를 응원하기는 어렵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법원이 판단해달라는 의미다.

문제는 시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 갈등 중재를 위한 재정(중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결과는 이달 중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소송으로 인해 재정 절차는 중단됐다. 이는 방통위를 무시한 처사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20대 국회가 얼마남지 않은 지금 시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충분히 의도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아직 외국 콘텐츠 사업자(CP)에게 망 이용료를 부과할 만한 근거가 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CP와의 역차별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CP)들은 매년 통신사에게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를 포함한 구글 등 외국 CP들은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업계는 넷플릭스가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현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으면서, 국내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는 ‘자유와 책임’으로 유명하다. 넷플릭스 직원들에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대신 자유를 보장받는 만큼 책임이 따른다. 넷플릭스는 현재 국내 통신망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에서 ‘무임승차’ 논란이 나오는 것 자체가 기업문화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김앤장을 비롯한 여러 대형 로펌을 섭외한 것을 두고 ‘망 사용료 낼 돈은 없고 비싼 소송 비용 낼 돈은 있는거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UHD, HD 등 콘텐츠의 품질이라 할 수 있는 화질별로 요금제를 구분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망 사업자에게만 콘텐츠 품질을 보장해달라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어찌보면 국회와 정부에게 있다. 진작 관련 법을 준비했다면 애초에 이런 상황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국회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때 통신망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 놔 9부 능선을 넘어 선 상황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국내 CP들이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통신사, 국내 CP간 충분한 합의 도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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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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