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피, 2015년 기술도입 후 1·2상 이어 3상 일부 진행···한미 “3상서 문제 발생 여지 없다”
글로벌 임상 주도권 있는 다국적 제약사 횡포 지적도···확정 시 3상 협력 파트너 구해야

한미약품 본사 사옥 전경. /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본사 사옥 전경. /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했던 당뇨신약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해 사노피가 임상시험 3상중단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미약품은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 안전성과 관련, 임상시험 3상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14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파트너사인 사노피가 당뇨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향을 지난 13일 밤(한국시각) 통보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의 당뇨신약후보물질이다. 매일 맞던 주사를 주 1회에서 최장 월 1회까지 연장한 바이오신약이다. 한미약품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약물이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이다. 투여 횟수 및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개선하는 기술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5년 11월 사노피와 총 39억 유로 규모의 퀀텀프로젝트(에페글레나타이드, 지속형인슐린, 에페글레나타이드+지속형인슐린)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후 사노피가 임상 1상과 2상에 이어 3상을 진행 중이라는 게 한미약품 측 설명이다.

문제는 당초 ‘에페글레나타이드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던 사노피가 전격적으로 한미약품에 중단을 통보한 이유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사노피가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순조롭게 임상시험을 진행하던 다국적 제약사가 시험 중단을 통보한 것에는 외부에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에 한미약품은 적극 부인했다. 지난 2015년 기술 수출 후 임상 1상과 2상에서 문제가 없었고, 3상에서는 특이사항이 발생할 시간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에페글레나타이드 글로벌 임상 5건 중 3건은 환자모집을 완료한 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2건은 아직도 환자를 모집 중인 단계”라면서 “1상과 2상에서 문제가 없었으며, 3상에서는 여러 정황상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적었다”고 주장했다.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 5건 중 3건의 환자모집을 완료한 시점은 지난 1월 경이다. 3건 임상시험에서 총 4943명의 환자를 모집한 것이다. 한미약품은 이같은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임상시험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적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노피가 전격적으로 한미약품에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시험 중단을 통보한 이유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단, 한미약품은 지난해 CEO 교체 뒤 사노피가 기존 주력 분야였던 당뇨 질환 연구 중단 내용 등이 담긴 ‘R&D 개편안’을 공개하는 등 조짐이 있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실제 사노피는 지난해 9월 신임 폴허드슨 CEO 부임 이후 ▲암 ▲혈액질환 ▲희귀질환 ▲신경계질환 등 4개 영역을 연구개발(R&D) 집중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연구를 중단하겠다는 R&D 개편안을 공개한 바 있다. ‘란투스’ 특허만료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핵심사업부였던 당뇨병 분야 R&D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사노피 경영진은 지난달 하순 콘퍼런스콜을 열어 올 1분기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포함한 3개를 R&D 파이프라인에서 삭제했다고 공개했다. 

이같은 사노피의 임상시험 중단 과정을 분석하면 결국 글로벌 임상시험 주도권을 갖고 있는  대형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수년 동안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업체의 R&D 능력이 배가되며 신약후보물질의 해외 기술수출도 늘었다. 하지만 연구결과를 상용화하기 위한 개발단계에서 대형 다국적 제약사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기술수출한 국내 제약사도 그들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미약품은 사노피와 계약에 따라 향후 120일간 협의한 후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 반환을 최종 확정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협의 내용과 과정에 따라서는 120일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사노피의 에페글레나타이드 권리 반환이 확정될 경우 한미약품은 당장 남은 임상 3상을 진행할 파트너를 시급하게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한미약품의 대형 파트너로는 스펙트럼과 아테넥스, 제넨텍 등이 손꼽힌다. 일단 이 3개 파트너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시험 협력 대상에서 제외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체들 주력 분야가 당뇨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펙트럼의 경우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와 pan-HER2 저해제 ‘포지오티닙’ 등 신약파이프라인 2종에 주력하고 있다. 아테넥스는 한미약품 항암신약 ‘오락솔’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제넨텍은 지난 2017년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Pan-RAF 저해제 ‘벨바라페닙’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 사례는 해외에 기술수출한 제약사나, 이를 추진하는 업체들에게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며 “신약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직접 하는 것이 최상이지만, 현실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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