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들 “원청의 구매물량 보장 필요” 건의, 정부 논의중
유턴기업 인건비 지원 확대도 검토

2016년 3월 2일 인천시 남동구의 남동공단 모습. / 사진=연합뉴스
2016년 3월 2일 인천시 남동구의 남동공단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로 유턴하는 협력업체의 구매물량을 보장하는 원청에게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일본 수출규제,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이 중요해지면서 유턴 기업 활성화 대책에 따른 방안이다. 산업부와 기재부 등 관계부처는 민관합동 유턴지원반의 지원을 받으며 유턴 기업 지원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턴 기업 지원을 위한 과감한 전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며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다.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이번 유턴 기업 지원 대책으로 ‘원청기업 역할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2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관계부처는 유턴 기업 활성화 대책으로 원청 기업이 유턴하는 협력업체에 구매 물량 보장 등 협력할 경우 원청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아직 구체적 유턴 활성화 지원 대책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최근 유턴을 결정한 동구기업은 지난달 28일 열린 민관합동 유턴지원반 출범식에서 원청 대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14일 동구기업 관계자는 “당시 출범식에서 우리는 협력업체가 공장을 해외에서 국내로 옮길 경우 원청기업이 구매물량을 보장해주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원청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중국 북경 공장을 최근 한국으로 옮기게 됐는데 인건비가 두 배 이상 오르게 된다”며 “그러면 납품 단가도 올라간다. 이를 대기업이 수용해주고 물량을 보장해주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원청도 수익을 내야하니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좋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도 어떠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원청기업의 구매물량 보장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경영계와도 논의한다고 밝혔다. 

민관합동 유턴지원반 출범식에 LG전자가 참여한 것도 주목을 끈다. 최근 LG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외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협력사들이 국내로 회귀하거나 국내 생산량을 확대하는 경우 구매물량 보장, 컨설팅 제공, 저금리 대출 등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유턴 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원청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인식된다.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국내 복귀를 꺼려하는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과 이에 따른 대기업의 부정적 반응을 꼽고 있다.

중국에서 광통신 부품을 만드는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 없다.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며 “또 인건비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을 원청 대기업이 수용하지 않는다. 계약 관계가 끊긴다”고 말했다.

납품 단가를 낮추라는 원청 기업의 요구는 협력사들이 인건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유턴 기업 활성화를 위한 대기업 역할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협력업체 유턴 시 대기업도 부품 수급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공장이 코로나19로 가동을 멈추면서 부품 수급이 안 돼 원청인 완성차 기업들 공장도 일정 기간 문을 닫은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유턴 기업 활성화를 위해 임대료 감면, 법인세 감면 등 여러 대책들을 내놨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정부가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한 2013년 12월 이후 현재까지 국내로 유턴한 기업은 69곳에 그쳤다.

정부는 유턴 기업에 대한 인건비 지원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관련해 대기업의 역할 강화 외에도 정부의 인건비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인건비 지원 기간을 2년에서 더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중소 유턴기업에 1인당 월 60만원씩 2년 동안 고용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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