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지수 편입' 셀트리온제약과 더존비즈온 주가 급등···편입 실패한 한진칼 주가는 급락
지수 변경마다 외국인 이탈 가속화···선진국 지수 편입이 해결책이지만 외환시장 개방 '난제'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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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정기변경에서 편입된 종목과 퇴출된 종목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MSCI지수를 추종해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 규모가 막대하기에 종목편입과 편출 여부가 수급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분기별 MSCI지수 변경마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우려하는 시선도 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선진국 시장이 아닌 신흥시장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중국 기업들이 MSCI 신흥시장 지수에 계속 편입되면서 국내 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MSCI지수 변경에 따른 외국인 자금유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MSCI측은 선진국 지수 이동의 조건으로 역외 외환시장 개설을 요구해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환율 및 외환 관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MSCI 선진국 시장 진입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MSCI지수 정기변경, 종목별 희비 엇갈려

13일 MSCI는 MSCI코리아지수 종목 정기변경에서 더존비즈온과 셀트리온제약을 편입했고 한화생명, HDC현대산업개발, KCC, 메디톡스, OCI를 제외했다. 편입 기대를 받았던 한진칼은 편입이 무산됐다.

MSCI지수는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자회사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사에서 만든 주가지수로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와 더불어 글로벌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벤치마크 지수다.

MSCI지수는 세계 각국 증시를 경제 규모, 개방성, 투명성 등 기준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시장, 프런티어 시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신흥시장에 포함되어 있다. MSCI지수에 포함되는 국내 종목은 MSCI코리아 지수로 분류된다.

MSCI 지수에 편입되는 종목 변경은 분기별로 이뤄지는 데 5월과 11월은 정기변경으로 조정폭이 크고 2월과 8월은 비교적 조정폭이 작은 편이다. 이번 변경은 정기변경으로 오는 29일 종가기준으로 다음달 1일 변경된다. 변경 기준으로는 시가총액이 가장 중요하고 유동주식 비율 등도 고려된다. 한진칼이 주가급등에도 이번 정기변경에서 편입되지 않은 이유는 경영권 분쟁으로 시중에서 살 수 있는 주식량이 줄어들면서 최소 유동비율(15%) 기준에 모자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계적으로 지수에 맞춰 주식을 사거나 파는 ‘패시브’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글로벌 펀드들은 MSCI와 같은 벤치마크지수를 추종해 자금을 운용하기에 MSCI 지수에 편입 혹은 편출 여부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경우가 많다. MSCI 신흥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2조 달러(약 2400조원)로 추산된다. 이번 지수에 편입된 종목의 경우 주가 상승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날 편입된 종목과 퇴출된 종목의 주가흐름은 엇갈렸다. 셀트리온제약과 더존비즈온 주가는 급등했다.

셀트리온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7800원(10.1%) 오른 8만5000원에 장을 마쳤고 더존비즈온 주가는 5000원(4.95%) 뛴 10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예상과 달리 편입에 실패한 한진칼 주가는 전날보다 1만1800원(12.9%)급락한 7만9700원에 장을 끝냈다.

편출된 종목들도 약세를 보였다. 한화생명 주가는 15원(0.92%) 내린 1620원에 장을 마쳤고 HDC현대산업개발은 500원(2.6%) 내린 1만8750원에 장을 끝냈다. KCC(-0.68%), 메디톡스(-3.63%), OCI(-1.56%) 역시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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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CI지수 변경, 외국인 이탈 지속은 ‘불편한 진실’

MSCI지수 변경은 국내 증시 투자자로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한국을 떠나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MSCI 선진국 지수가 아닌 신흥시장 지수로 분류되어 있는데 2018년부터 중국 본토기업들이 MSCI 신흥시장 지수로 들어오면서 지수 변경 때마다 국내 기업들이 MSCI지수에서 제외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본토 상장기업은 내국인만 투자할 수 있는 A주와 외국인이 투자 가능한 B주가 있는데 홍콩 거래소를 통해 선전과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거래할 수 있는 ‘선강퉁’과 ‘후강퉁’이 열리면서 A주가 사실상 외국인들에게 허용됐다. MSCI는 2018년부터 중국 A주를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시켰고 그 비중을 지난해 세 번에 걸쳐 대폭 올렸다. 이를 통해 전체 중국 A주 가운데 MSCI지수에 편입된 비중은 한해 만에 5%에서 20%로 급격히 높아졌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중국A주가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MSCI는 지난해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르헨티나 증시도 MSCI 신흥시장 지수에 포함시켰다. 쿠웨이트 증시 역시 MSCI 신흥시장 지수 편입이 예고된 상태다.

2019년 3월과 비교해 국내 증시가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5%에서 12.9%로 줄었고 종목수 역시 114종목에서 107개로 감소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정기 변경으로 MSCI신흥국지수 내 한국증시 비중은 12.9%에서 12.6%로 줄고 중국 증시는 40.5%에서 41.5%로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인 자금이탈은 MSCI지수 변경마다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지수조정이 적용된 5월·8월·11월 한 달 동안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각각 2조5000억원, 2조3000억원, 3조50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어야 한다. MSCI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을 선진국 지수 편입 검토 대상에 올리기도 했으나 2015년부터는 아예 편입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2016년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헨리 페르난데즈 MSCI회장을 만나 선진국 지수 편입을 타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MSCI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국내 외환시장이다. 원화가 환전성이 부족하기에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뉴욕이나 런던 같은 외국에 원화시장을 개설해 24시간 원화가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역외 외환시장을 열면 사실상 환율시장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역시 사실상 포기 상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는 기축통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역외 외환시장 개설의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국내증시 비중이 계속 줄어들면서 장기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출되는 것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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