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Q 통해 사업 수주 나선 SKT
표준화 작업 집중하는 KT

연구원들이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IDQ 한국 지사에서 양자암호통신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 / 사진=SKT
연구원들이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IDQ 한국 지사에서 양자암호통신을 연구하고 있는 모습. / 사진=SKT

최근 SK텔레콤과 KT가 ‘꿈의 보안기술’로 불리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5G 상용화 이후 도래할 초연결시대에 ‘보안’이 핵심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관련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기존 보안 체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양자컴퓨터’의 등장도 양자암호통신의 기술 발전을 앞당기고 있다.

◇꿈의 보안으로 불리는 양자암호통신

현재 많이 쓰이는 암호화 방식은 소인수분해를 이용한 ‘RSA 공개키 암호 방식’이다. 데이터를 잠그는 행위를 ‘암호화’라고 한다면, 이를 해제하는 행위를 ‘복호화’라고 하는데, 암호화할 때 사용한 키를 복호화하는 대상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유출의 위험이 종종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공개키 방식’이다. 공개키 방식은 시스템을 통해 암호화와 복호화에 서로 다른 키를 분배한다. 특히 공개키 방식 중에서도 큰 정수의 소인수분해가 힘들다는 점을 이용해 키를 만든 것이 RSA다. 

문제는 RSA 공개키 암호화 방식 역시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큰 정수의 소인수분해가 힘들다는 점을 이용한 방식이기에 소인수분해를 빠르게 할 수 있는 기법이 발견된다면 해킹의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특히 최근 등장한 양자컴퓨터는 RSA 방식을 비롯한 수학으로 된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양자컴퓨터의 경우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만에 처리하는 것이 가능해 기존 수학적 암호 체계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이에 등장한 것이 양자암호통신이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학적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의 특성을 이용해 해킹이 불가능한 암호를 만드는 방식이다. 양자는 동일한 양자 상태를 복제할 수 없고, 한 번 측정한 후에는 측정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로써 암호키를 가진 송신자, 수신자만 암호화된 정보를 해독할 수 있게 된다.

양자암호통신은 크게 양자키분배기(QKD)와 양자난수생성기(QRNG)가 핵심기술로 꼽힌다. 양자키분배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제3자가 해킹할 수 없는 암호키를 만들어 송신자와 수신자에게 나눠주는 기술이다. 기존 통신을 공을 주고받는 행위로 비유하자면, 양자암호통신은 비누방울을 주고받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 중간에 비눗방울을 만지면 모양이 변형돼 복제가 불가능하고, 침입 흔적(해킹 여부)도 알 수 있다.

양자난수생성은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만드는 기술이다. 제3자가 해킹을 시도해 난수를 탈취해도 패턴이 없기 때문에 해석이 불가능하다.

◇양자암호통신 시장 선점 노리는 SKT·KT

양자암호통신이 꿈의 기술로 각광받는 상황속에서, 해당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가 양자암호통신 연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양자암호통신 개발에 가장 앞서 있는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양자키분배기, 양자난수생성기 등 암호 통신의 핵심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SK텔레콤은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세웠고 지난 2018년에는 700억원을 들여 양자암호통신 분야 세계 1위 스위스 기업 IDQ를 인수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IDQ를 통해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양자암호통신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완료된 미국 최초 양자암호통신망(뉴욕~뉴저지 구간) 구축 등이 있다. 

IDQ는 유럽연합(EU) 산하 ‘양자 플래그십’ 조직이 추진하는 ‘오픈 QKD’ 프로젝트에 양자키분배기(QKD) 1위 공급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비엔나 등 유럽 주요국의 14개 구간(1구간에 약 100Km)에 양자암호 시험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3월 5G 유선 통신망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도입했으며, 다음달 중으로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최초의 양자암호 스마트폰인 ‘갤럭시 퀀텀’을 출시할 계획이다. 갤럭시 퀀텀은 스마트폰 최초로 양자난수생성칩(QRNG)이 탑재돼 보안이 한층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양자난수생성칩은 SK텔레콤이 자회사 IDQ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KT 역시 양자암호통신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KT는 최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발주한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KOREN)’의 양자 암호 통신망 구축·운영 사업자로 선정됐다. KT가 구축하는 양자 암호 통신망은 초연결 지능형 연구개발망의 서울-수원 구간이다. 이들 구간에는 양자암호시스템, 암호화 장비와 같은 각종 기기들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개방형 계층구조(ITU-T Y.3800)’ 표준으로 설치된다.

KT는 특히 표준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KT는 최근 ITU 국제회의에서 KT가 주도적으로 제안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 요구사항’ 표준을 예비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는 전세계 사업자 중 양자암호통신 국제표준을 두 건 승인받은 유일한 곳이 됐다. 특히 KT는 ITU 900여 회원사 중 가장 많은 6건의 양자암호통신 표준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ITU-T에서 표준으로 제정했거나, 연구‧평가하고 있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관련 기술은 14개다. 이 중 40%는 KT 주도로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KT는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 기술과 표준의 국제적인 리더십을 확보하고 실제 공공분야 구축 사업 수주 및 기업형 서비스 개발 등의 성과를 얻었다”며 “언택트 시대의 필수 요소인 안전한 네트워크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양자암호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지속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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