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법적 구속력 없는 삼성준법위 권고만 따라···이사회 내용도 개선방안에 담길지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준법의무 위반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주문한 가운데, 삼성의 쇄신을 위해선 법적 경영기구인 이사회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과거 이사회가 오너의 이익만을 위해 경영결정을 한 것으로 강하게 의심받는 만큼,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 움직임이 선제적으로 나와야 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은 지난 2월 삼성물산에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 상정 계획을 질의했다.

지난 2015년 (구)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부당합병’이라는 전제에서 보내진 질의서에는 ▲합병에 찬성했음에도 현재까지 재직 중인 이사의 해임 안건 상정 여부 ▲합병으로 인한 국민연금 손해 배상 여부 등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5월 중순이 된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삼성 측의 경영 쇄신 의지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들이 이사회 개선이 삼성쇄신의 본질이라고 보는 이유는 중요한 회사 경영 사항에 대해 보고받고 결정을 내리는 것이 이사회의 법적 역할이기 때문이다.

준법감시위도 삼성 계열사의 후원금 및 내부거래, 합병·기업공개 등 조직 변경에 대해 보고를 받고 준법의무 위반을 인지할 경우 조사와 시정조치 요구를 할 수를 있다고 하지만, 외부기관으로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이사회가 이 부회장의 승계를 우선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 실제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이사회는 부당한 합병비율에 무조건 찬성해 삼성물산 이익을 훼손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결과와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 ‘부당합병’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 연루자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합병 비율이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었음이 입증되고 있고, 지난 2017년 11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항소심 법원은 이 사건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 이 부회장 국정농단 사건에서 삼성의 승계 작업 존재 및 뇌물제공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바가 2015년 자회사 회계기준 변경 과정에서 ‘고의적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고 검찰에 고발해 이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사과했지만 준법감시위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비공식적 기구에 불과하다”며 “이를 통해 삼성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의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준법감시 전담 이사를 외부에서 추천하게 하는 등 그동안 총수일가 이익에만 복무해온 이사회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법적 경영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투명성 강화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 측은 지난 6일 이 부회장의 사과 이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준법감시위가 6월 정기회의 전까지 자세한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했는데 이사회 개선 등 내용도 함께 담길지 시민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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