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연장 등 현재 경계태세 유지 공감대 형성···확산 늘어 사태 장기화로 이어질 경우 경영 영향 불가피

지난 9일 오후 10시께 사람들이 서울 강남역 인근 술집에 입장하기 위해 줄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 발생 소식이 나온 이후인 지난 9일 오후 10시에도 사람들이 서울 강남역 인근 술집에 입장하기 위해 줄서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이 기업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의 일탈이 ‘생활 속 거리두기’ 이후를 준비하던 기업들 발목까지 잡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연휴기간 발생한 이태원 클럽으로부터의 코로나19 재확산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는 “슬슬 나아진 상황에 맞는 대처방식을 준비했는데 무기한 미룰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30대 그룹 인사 역시 “사람들이 풀어지는 것을 보고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기존 방침을 유지했는데, 그렇게 하길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태원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비상에 걸렸다. 지난 2일 이태원 주점을 방문한 직원이 9일 검진을 받고 확진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 직원은 6~8일까지 정상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 2차 감염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일단 같은 층 근무를 한 인원 전원은 물론, 확진직원 동선 분석 후 밀접 접촉한 인원들도 모두 자가격리하고 검사를 받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현재 LG유플러스 용산 사옥은 폐쇄된 상태다.

재택 및 순환근무제를 실시해 온 네이버와 카카오는 정상근무 전환을 연기했다. 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다. 그 외 기업들도 이태원으로부터 시작된 지역사회 감염으로 인한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확진세 완화에 따라 기존에 고려하던 조치를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잡혀가던 코로나19 불길이 번지게 될 경우 타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6월 국제선 노선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만일 코로나 재확산으로 각 국의 입국제한 조치가 더욱 강해지면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각국의 코로나19 완화 후 여객 수요 증가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6월 LA, 뉴욕, 벤쿠버 등 미주노선들을 포함 파리, 런던, 방콕, 마닐라 등 32개 노선을 운영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염 확산세 때문에 소비자들의 발길이 다시 끊기게 될 경우 유통 산업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활 속 거리두기’ 방역지침이 바뀌면서 조심스럽게 외출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어디에 클럽발 확진자가 있을지 몰라 유통가 찬바람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CJ관계자는 “CGV, CJ푸드빌, CJ ENM 등의 실적이 좋지 않은데 (코로나 사태가 더 장기화 되면)어려움이 더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클럽 방문자들로 인한 확진자가 54명까지 확인이 되면서 다시 한 번 2차 쇼크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클럽 방문자 3112명이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라 무증상으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2차 감염을 일으키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직원 역시 무증상 상태에서 검진했는데 양성이 나온 바 있다.

사태가 커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에 대해 집함금지 조치를 취했다. 허나 이전부터 단순히 자제를 요구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는 것을 넘어 더욱 강력한 수준의 단속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지어 이태원 클럽발 확산이 시작된 이후에도 강남, 홍대 일대의 감성주점 등으로 20대들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지만 술과 음식을 섭취하는 곳에 방문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기업 인사는 “코로나19를 극복하겠다고 재택근무를 비롯해 많은 노력과 고생을 했고 앞으로의 여파를 걱정하던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 클럽 때문에 재확산이 되니 회사들 입장에선 허탈하고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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