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마케팅 자제령에 카드사 이벤트 줄줄이 취소
“재난지원금 사용분 카드수수료 부과하지 않아야”
카드업계 “재난지원금 신청으로 얻는 이익 크지 않아"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붙은 긴급재난지원금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주민센터에 붙은 긴급재난지원금 안내문./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카드업계의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마케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치권에선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카드업계에 막대한 수수료 이익이 발생할 것을 고려해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인하하거나 ‘제로’ 수수료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카드업계는 난처한 입장이다.

◇ 금융위 ‘마케팅 자제령’에 카드사 줄줄이 이벤트 철회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부터 국내 9개 카드사(KB국민·NH농협·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됐다. 재난지원금을 받고자 하는 카드사의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앞서 카드업계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에 발맞춰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이벤트를 공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지원금 지급을 위한 정부와 카드사 간 업무 협약식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 업무를 수행하는 만큼 지원금 신청을 유치하기 위한 지나친 마케팅 활동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의 마케팅 자제령이 떨어지자 카드사들은 준비해뒀던 이벤트를 급히 철회했다. BC카드는 지난 8일 오전 재난지원금을 BC카드로 신청한 고객이 10만원 이상 결제 시 추첨을 통해 100명에게 이용금액 전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시백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가 오후에 이를 급히 철회했다.

NH농협카드도 재난지원금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SPC 1만원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공지했으나 추후 해당 공지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삼성카드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고객 유치 프로모션을 이날 급히 중단했다. 삼성카드는 지난 10일부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체 재난지원금 신청자를 대상으로 스타벅스 커피 쿠폰 또는 편의점 5000원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안내했으나 결국 이날 오전 해당 이벤트를 취소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계획했던 이벤트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 “재난지원금 사용분, 가맹점 수수료 부과하지 않아야”···카드사 ‘난감’

정치권 일부에선 긴급재난지원금 사용분에 대해선 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수수료율 ‘제로’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채이배 민생당 국회의원은 “재난지원금 약 14조원 중 800억원의 카드 수수료가 발생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분에 대해 가맹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도록 소상공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카드업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대비한 서버 증설과 전산시스템 구축, 고객 상담·민원 대응을 위한 인력 확충 등 카드사들의 비용 부담을 감안하면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얻는 이득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재난지원금 사용처는 주로 영세가맹점이고 신용카드 수수료율이 0.8%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다”라며 “물론 수수료로 얻는 이익이 있긴 하겠으나 카드사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 서버 증설과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투입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재난지원금 신청으로 얻는 이익이 막대하다고 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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