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 개최···민주·정의당 등 118명 참석·통합당 불참
의결정족수 194명 채우지 못해···마지막까지 ‘갈등’·‘정쟁’ 20대 국회 향한 비판 목소리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투표불성립으로 폐기되자 투표에 참여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7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대한민국헌법 개정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투표불성립으로 폐기되자 투표에 참여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6일 여야 의원 148명이 참여해 발의된 ‘국민개헌발안제’가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해당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원포인트’ 본회의에 불참하며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8일 오후 본회의를 직권으로 개최했다. 국민개헌발안제의 의결시한(9일)이 임박했음에도 여야가 본회의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118명의 의원들만 참석했고, 국민개헌발안제에 대한 투표는 의결정족수(194명) 부족으로 성립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국민개헌발안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한민국헌정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25개 시민단체가 모인 ‘국민발안개헌연대’(개헌연대)가 추진한 법안으로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명’의 발의가 있을 경우에도 개헌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골자다.

현재까지는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대통령 발의 등으로만 제안하도록 헌법(128조 1항)에 규정돼 있다.

본회의 직전까지는 여당인 민주당은 통합당을 향해 국민개헌발안제 투표에 참여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해당 법안 발의 당시 여야 의원이 함께 참여했고,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일제히 처리를 약속했던 만큼 책임감을 갖고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김태년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국회에 발의된 국민개헌발안제를 포함해 개헌안 표결 법정시한이 오늘이다. 148명의 의원이 발의를 한 건데,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며 “표결은 헌법적 의무라 오늘 본회의에 야당도 참석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국민개헌발안제 제안설명에 나선 강창일 민주당 의원도 강 의원은 “여야 동료 의원들이 뜻을 모은 헌법개정안이 3월 10일 공고됐으니 이제 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그런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일삼다 기어이 표결 자체를 거부하는 야당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한 채 국민의 손가락질 속에 마무리 될 상황이다.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부끄럽다”며 “의원님들 정신 똑바로 차리시라. 국민으로부터 얼마나 손가락질 받는지 아시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원래 헌법개정 발언권은 국회의원과 국민이 갖고 있었으나 1972년 유신헌법 때 국회와 대통령에게로 넘어갔고 국민은 빠졌다. 벌써 유신헌법을 만든지 50년이 됐다”며 “유신헌법으로 사라진 국민개헌발언권을 국민들께 돌려드려 개헌이 물꼬를 트고자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통합당은 ‘원포인트’ 본회의 일정에 합의한 바도 없고, 국민개헌발안제 투표는 정부와 여당의 ‘개헌 분위기 띄우기’ 일환으로 동참할 수 없다고 반발해왔다.

심재철 전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 발안제 개헌안'을 8일 처리하자고 우리 당을 압박하고 있다”며 “‘원포인트’ 본회의 일정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또한 그는 “국민 100만 명 이상 참여하면 개헌안 발의가 가능하도록 바꾸자는 건데,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의 단체 수준에서 동원이 가능한 규모”라며 “100만 국민으로 둔갑한 특정 이념이나 이익단체의 개헌안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개헌의 분위기를 띄우려는 건데,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무슨 개헌 논의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여야 간 대립상황이 이어졌고, 결국 국민개헌발안제에 대한 투표는 불발됐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20대 국회가 마지막까지 대립하고, 정쟁에만 함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장 개헌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여야 의원들이 국민개헌발안제에 참여해 발의됐으니 이를 투표에 부쳐보자는 것인데 야당이 자체를 거부해 답답한 노릇”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여야의 상호간 신뢰가 많이 훼손됐고, 끝까지 좋은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신임 원내지도부를 꾸린 만큼 20대 국회 마지막 임기까지 머리를 맞대고 민생법안 등은 원만히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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