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대웅 제외 4개 업체, 매출·영업익 증가···동아에스티. 40% 넘는 매출 성장 기록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올 1월부터 진행된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상위권 제약사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e가 8일 지난해 제약업계 매출 상위권 업체 중 이날 오후 현재까지 올 1분기 매출을 공시한 6개 제약사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 6개 업체는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GC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이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후 최근까지 코로나 시국이 이어지며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제약사 매출 감소가 예상됐었다. 전체적 국내 경기가 악화될 경우 환자들이 병의원을 찾는 경우와 빈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논리 때문이다. 실제 대한병원협회 등 병원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외래환자 감소는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형 제약사 6곳 중 4곳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대형제약사의 경우 탄탄한 영업조직과 블록버스터 품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기 실적은 코로나19 여파를 적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외부에서는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한 소비 증가로 오히려 제약사 매출이 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실제 제약사 매출에서 건기식 비중이 낮기 때문에 이같은 분석의 타당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실적 부진을 보였다. 유한양행의 1분기 영업이익은 11억여원이다. 전년동기보다 82.0% 감소했다. 매출액은 3133억여원이다. 역시 9.2% 줄었다.

이같은 유한양행의 부진 원인은 전문의약품 매출 때문으로 판단된다. 유한의 1분기 전문약 매출은 1937억여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보다 13.3% 감소한 수치다. 유한양행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도입신약도 부진했다.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매출이 207억여원을 기록할 정도다. 전년에 비해 31.1% 감소한 실적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국내 업계 1위인 탓에 재택근무 기간이 길었고 영업도 일부 부진했다”며 “2분기부터 자체개발 품목이나 도입품목 등 구조를 개선해 매출을 만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의 경우 개별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 2284억여원, 영업이익 13억여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실적은 전년대비 각각 4%, 88% 감소한 수치다. 특히 90%에 육박한 영업이익 감소가 눈에 띤다. 이같은 실적 부진의 원인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라니티딘제제 판매중지 조치와 코로나19 여파, 나보타 소송 비용 137억여원 등 때문으로 파악된다.

반면 나머지 4개 대형 제약사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증가해 눈길을 끈다. GC녹십자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영업이익은 61억여원이다. 지난해에 비해 283.9%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대비 8.6% 상승한 3078억여원이다.    

영업손익 개선 정도는 GC녹십자 개별실적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GC녹십자 개별실적은 매출이 전년대비 8.1%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2110% 증가한 64억여원으로 연결손익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성장의 원인은 회사 주력품목인 수두백신과 독감백신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백신 수출 증가로 인한 해외 수출은 전년 대비 22.9% 상승했다. 이로 인해 지급수수료와 광고선전비 등 증가로 판매관리비가 늘었음에도 수익성은 크게 개선됐다. 또 내수 부문에서 소비자헬스케어 부문 매출 성장폭이 64%에 달해 사업 부문 중 가장 높았다.  

종근당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261억여원이다. 지난해 대비 성장폭은 56.2%다. 매출액은 293억여원이다. 전년에 비해 25.2% 늘었다. 이같은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은 종근당의 자체개발 품목과 도입신약 성장세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뇌기능개선제 ‘종근당글리아티린’과 당뇨신약 ‘듀비에’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다. 고혈압복합제 ‘텔미누보’의 1분기 성장세는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으로 추산된다.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과 종근당이 공동 판매하는 케이캡이 올 1분기 양 회사 합쳐 145억여원 처방실적을 기록하는 등 도입신약 성장세도 자체개발 품목에 뒤지지 않는다.

한미약품은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전년대비 4.9% 성장한 2882억여원 매출과 10.8% 성장한 287억여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이 이같은 실적을 올린 것은 주요 개량신약과 복합신약의 지속적 매출 호조세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고혈압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패밀리(285억여원), 고지혈증치료 복합신약 로수젯(228억여원), 발기부전치료제 팔팔(111억여원),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104억여원) 등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동아에스티의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에 비해 41.1% 증가한 2012억여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8.5% 증가한 530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높은 성장의 원인은 전문약과 해외수출, 의료기기·진단 전 부문의 고른 성장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약 부문은 3개월 판매업무정지 처분에 따른 제품의 추가물량이 유통업체로 사전 공급된 것이 적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주력제품인 슈가논(에이치케이이노엔)과 모티리톤(일동제약)은 판매제휴 효과로, 그로트로핀은 추가 임상을 통해 사용 편의성 개선과 적응증 확대에 따른 경쟁력 상승으로, 바르는 손발톱무좀치료제로는 국내 유일의 전문약인 주블리아는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으로, 스티렌과 가스터(일동제약)는 라니티딘 이슈와 판매제휴 효과로 매출이 확대됐다.

해외수출 부문의 경우 캔박카스와 결핵치료제 크로세린, 싸이크로세린(원료) 등 매출 성장이 주효했다. 의료기기·진단 부문은 신제품 도입과 감염관리 제품 매출 성장이 작용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문약 부문의 큰 폭 성장과 판관비 감소, 생산원가율 하락에 따라 전년대비 큰 폭 증가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대형제약사는 그동안 구축해놓은 인프라를 활용해 코로나19 여파에도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며 “차후 발표될 중소제약사 경영실적이 궁금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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