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이후 업계 경쟁 심화 예고···가격 대비 기본 기능 충실해야

지난 6일 방문한 서울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매장은 개장을 앞두고 아이폰SE 2세대를 찾는 인파로 북적였다. 지난해 아이폰11 시리즈 출시 현장 보다는 줄이 현저히 짧아졌지만 코로나19 여파가 무색하게 매장 오픈 1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예상 밖이었다. 한산할 줄 알았다. 아이폰SE 2세대는 2016년 출시된 1세대 제품의 후속작이다. 플래그십 모델이 아닌 보급형 모델이다. 제품 사양은 물론 디자인 역시 4년 전 아이폰SE 1세대와 거의 비슷하다. 유행을 역행하는 두꺼운 베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엔 충분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대가 시장 이목을 끌었다. 아이폰SE 2세대의 가격은 55만원부터 시작한다. 최근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대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체감할 가격 장벽이 낮다는 평가다.

겉보다 속이 많이 바뀌면서 기본에 충실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해 출시된 플래그십 모델 아이폰11과 동일한 최신 A13 바이오닉 칩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으로 채용했고 배터리 용량이 개선됐으며 전작에 없던 방수‧방진 기능 등이 생겼다. 여기에 중저가 스마트폰에선 찾기 어려운 광학 이미지 흔들림보정(OIS) 기능이 탑재됐다. 

시장은 애플이 내년 보급형 후속 모델인 아이폰SE 플러스를 추가 출시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간 고가 전략을 추구하던 애플도 중저가 제품을 연이어 내놓는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시장 침체기가 그 배경에 자리한다. 스마트폰 부품 값은 오르는데 교체 수요는 줄어드는 추세다. 매년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내놓으며 ‘혁신’을 외치는 것과 반대로 소비자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그나마 올해 개화하는 5G 시장에 대한 기대를 걸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 치 앞날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올 상반기 국내서도 '가성비'를 앞세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100만원대 이하 갤럭시A31, 51 등 제품군을 앞세워 시장 수성에 나서고 LG전자는 오는 15일 '벨벳'을 출시해 선두 업체와의 경쟁에 가담한다. 비슷한 시기 경쟁사의 중저가 제품이 쏟아지면서 제품 비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스마트폰 업계의 중저가 제품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자의 굳게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선 전에 없던 신기술 보다는 '가성비'를 내세우는 것이 더 유효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시장점유율을 사수하기 위한 마케팅 출혈 경쟁도 예상된다. 수년 전부터 쉽게 사용된 '가성비'란 단어를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첨예한 스마트폰 사양 경쟁 속에서 가격 대비 괜찮은 성능이라는 조건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애플스토어 앞에서 1시간 넘도록 서서 아이폰SE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단순히 애플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때문에 기다림을 감내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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