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 산업전략 마련 속도···학계·전문가·관계부처 등 논의 활발
공장입지 재배치·경제블록 내 공급망 구축 등 제언···유리한 고지 선점 기회 강조
산업부, 해외국가와 협력 강화·비대면 경제 논의 등 관련 실무 협상에도 한창

정부가 'K-방역'으로 높아진 국가적 위상을 바탕으로 한 '포스트 코로나19 산업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른바 ‘K-방역’(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높아진 국제적 신뢰를 기반으로 경색된 산업 전반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창이다. 특히 전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대부분 국가 간 무역길이 제한된 상황에서 한국의 안정성, 기술성 등을 강조하며 안정적인 글로벌공급망(GVC, Global Value Chain)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한국생산관리학회와 ‘GVC 위기대응 민관합동 화상 심포지엄’을 공동개최하고 ‘GVC 재편’ 방안을 모색했다. 이는 산업부가 본격 착수한 ‘포스트(post) 코로나19 산업전략’ 마련의 일환으로 보인다.

심포지엄 참석자들은 제조기업 GVC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GVC 운영방식 등의 재편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국내외 공장입지 재배치 ▲경제블록 내 지역 공급망 구축 ▲집중발주 위주 자재조달 방식 개선 ▲디지털공급망 시스템 구축 등을 제언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제언에 산업부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야기된 GVC 재편 상황은 우리나라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대처과정에서 ‘K-방역’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소재·부품·장비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전날에도 12개 관계부처와 산학연 전문가 등 23명이 참여하는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 및 산업·기업 위기 대응반 1차 회의’를 개최하고, ▲보건환경(GVC 재편, 산업현장 리셋, K-방역·K-바이오 육성) ▲경제활동(비대면 산업 육성, 저유가대응) ▲기업경영(기업 활력·투자 촉진) ▲사회가치(경제주체간 연대) ▲교역환경(글로벌 리더십) 등 ‘5대 변화·8대 대응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GVC 재편에 대응하기 위한 유턴활성화, 핵심품목 관리, 밸류체인 핵심기업 유치, 생산차질 최소화를 위한 산업현장 복원력 극대화 지원, 생산라인 재배치, 산업·기업별 방식 표준화, ‘K-방역’·‘K-바이오’ 글로벌상품화 지원, 비대면 사업(온라인 유통, 에듀테크, 스마트 헬스케어 등) 육성 등이 주 골자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높아진 위상을 활용해 보호무역 타파와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를 이끌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성윤모 장관은 “상반기 중에 GVC 재편, 비대면 산업 육성, ‘K-방역’·’K-바이오’ 글로벌 진출, 포스트 코로나 글로벌 협력 리더십 등을 위한 정책을 준비하는 한편 코로나 이후의 산업질서 변화에 대해 종합적 전략과 대응을 담는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가칭)’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산업부는 이와 같은 ‘포스트 코로나19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면서 동시에 실무 협상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한국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이날 세페리노 로돌포 필리핀 통상산업부 차관과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 수석대표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무역투자 활성화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향후 GVC 재편 과정에서 통상‧산업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유럽연합(EU)와의 통상장관 화상회의에서 ‘한-EU 디지털 전략대화(가칭)’ 개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경제 표준‧규범 등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양국 경제협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온 한-EU FTA가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양측 간 무역·투자 증진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비관세장벽 완화에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조치 등 보호무역주의의 글로벌 확산 우려를 전달하고, 무역제한적 효과가 최소화되도록 검토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