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9구역, 7일 대의원회 개최 ‘롯데건설 시공사 지위 관련’ 안건 결정
갈현1구역 수의계약 유력, 시공사 선정 총회 앞둬···비대위 활동 변수로 떠올라

롯데건설이 흑석9구역, 갈현1구역 등 서울 정비사업장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모양새다. 시공사 교체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공이 확정된 흑석9구역에선 시공사 지위 여부를 결정하는 총회를 앞뒀고, 수의계약으로 시공권 확보가 유력했던 갈현1구역에서도 비대위의 거센 반대가 변수로 떠올랐다.

◇흑석9구역, “애초에 불가능한 안건으로 조합원 현혹···사과나 보상 방안 없어”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조합은 내일(7일) 열리는 대의원회의에서 시공사(롯데건설)의 지위와 관련한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대의원회의에서는 ‘2516 안건 미이행 시 계약해제 및 해지‘와 ’계약의 해제 및 해지’ 두 가지 안건을 다루게 된다. 이 중 하나의 안건이 향후 조합원 정기총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조합원들은 롯데건설이 시공사 선정 당시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조합원들을 현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흑석9구역은 중앙대 인근 흑석뉴타운 내 흑석동 90번지 일대(9만4000㎡)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4400억원 규모로 흑석뉴타운 내에서도 대어급 재개발 사업지로 꼽힌다. 롯데건설은 2018년 5월 경쟁사인 GS건설을 꺾고 흑석9구역의 시공사로 낙점됐다. 당시 최고 층수를 28층으로 높이고 동수는 11개 동으로 줄이는 안(2811)을 제시하면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초 조합은 최고 25층, 21개 동, 1538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건설이 지난 2018년 흑석9구역 조합에 제안한 단지 조감도 / 사진=롯데건설

하지만 롯데건설이 제시한 안건은 서울시의 인·허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시가 흑석9구역이 속한 2종 일반주거지의 최고 층수를 25층으로 제한하고 있어서다. 이후 롯데건설은 대안설계보다 층수를 25층으로 낮추고, 동수를 16개으로 늘린 새로운 안(2516)을 꺼냈지만 조합원들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조합원은 “롯데건설이 애초에 불가능한 안건으로 조합원들을 현혹해 시공사 지위를 따냈다는 것 자체가 괘씸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2811이 무산된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사과나 배상도 없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롭게 제시한 2516도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만약 2516까지 무산되고 기존 원안대로 진행된다면 조합은 2년 이상을 허비한 꼴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롯데건설은 조합원들로부터 개인정보호법 위반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다. 전화·방문·소규모 미팅 등을 통해 2516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연락처를 확보한 것이 발단이 됐다. 조합원들은 롯데건설이 조합으로부터 받은 개인 정보를 조합원 동의 없이 협력업체 및 OS요원들에게 제공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과 롯데건설 협력업체를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의뢰한 상태다.

잡음이 지속되자 일부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총회와 별개로 조합장 해임 총회도 준비 중이다. 해임 총회는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조합장이 바뀔 경우 시공사 교체 가능성도 있는 만큼 롯데건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해당 총회를 준비한 조합원들은 조합장의 해임이 확정되더라도 롯데건설과 협상을 거친 후 시공사 교체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보상으로 롯데건설의 최고 브랜드인 ‘르엘’(LE-EL)을 요구하고 있지만 롯데건설 측은 아직 확정을 내리지 못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르엘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갈현1구역, 비대위 강력 반발 “경쟁 입찰해야 조합원 부담 줄일 수 있어”

갈현1구역에서도 롯데건설을 향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갈현1구역 조합은 지난달 28일 대의원회의를 열고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 안건을 통과시켰다. 해당 안건은 오는 24일 열리는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갈현1구역은 갈현동 300번지 일대 약 23만㎡의 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을 헐고 지하 6층~지상22층, 32개 동, 4116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9200억원 규모로 한남3구역에 이어 서울 강북 지역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불린다.

갈현1구역의 비상대책위원회격인 ‘갈현1구역 바른재개발 모임’은 조합이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을 진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 사진=조합원 제공

다만 일부 조합원들이 수의계약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갈현1구역의 비상대책위원회격인 ‘갈현1구역 바른재개발 모임’은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경쟁 입찰을 통해 시공사 선정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쟁 입찰이 아닌 조합원 찬반투표로만 진행되는 수의계약 방식은 건설사 간 경쟁이 없어 사업 제안 조건이 건설사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들은 사업지 내에 ‘수의계약 NO(불공정한), 재입찰공고 YES(주민이익 극대화) 24일 주민총회 절대불참”’이라는 현수막을 붙이고 조합원들에게 총회 불참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조합원 과반수(50%) 이상 출석이 필요하다. 갈현 1구역의 조합원은 “경쟁 입찰을 통해 시공사 선택할 권리를 빼앗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 총회 전까지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에 대한 불합리성을 계속 알릴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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