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확산 진정세 들어선 韓…독보적 의료기술·시스템 등에 전세계 주목
DJ ‘특명’ 받아 건강보험통합시스템 구축···“‘있는 자’·‘없는 자’ 모두 의료혜택 공유”
“질본·건보공단 등 시스템, 코로나19 극복 큰 도움”···“질본,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도”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진정세에 들어선 모습이다. 5일 0시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만804명이고, 4일 신규 확진자는 3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틀 연속 코로나19 국내 감염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이번 사태 관리의 중추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5일까지 3차례에 걸쳐 실시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100여명에 육박하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를 9.1명 수준까지 낮췄다.

반면 한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1등 국가’를 자부하던 미국은 코로나19 관리에 사실상 실패(5일 기준, 누적 확진자수 117만7784명, 사망자수 6만8689명)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들도 미국의 뒤를 잇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한국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음과 동시에 끊임없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지원 요청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한국의 독보적인 의료기술과 의료시스템을 꼽는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관리 과정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시스템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데 가장 큰 몫을 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경우 지난 정권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른바 ‘오바마 케어’를 추진하며 한국의 건강보험시스템을 본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이 회자될 정도다.

한국에 건강보험시스템이 시작된 시기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63년 의료보험법이 제정되면서다. 이후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직장의료보험제도, 1979년 공무원·사립학교 교직원·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직장의료보험제도, 1988년 농어촌지역 의료보험, 1989년 도시 자영업자 의료보험제도 등이 시행되고, 통합·개정·보완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시스템이 구축됐다.

이중 현재의 건강보험시스템이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모델이 된 주요 변곡점은 김대중 정권 시절 진행된 ‘건강보험 간 통합’이라는 평가다. 1998년 10월 지역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원 의료보험공단은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으로 통합됐고, 2000년 7월부터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139개 직장의료보험조합이 단일조직으로 통합됐다.

이에 따라 139개 직장조합별로 달랐던 보험료 부과체계가 단일화 됐고, 의료보험 재정도 재정통합이 단계적으로 실시됐다. 2003년 7월에는 직장재정과 지역재정이 통합되면서 실질적인 건강보험 통합이 이뤄졌다.

당시 통합 과정의 중심에는 조동회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가 있었다. 조 전 감사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명’으로 당시 산발돼 있던 건강보험의 통합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인물이다.

그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속 한국의 대응과 관련해 “한국의 뛰어난 의료기술, 의료시스템 등과 국민의식 수준, 정부의 대응 등이 고르게 발현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 “(한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로 인정받고 있었고, 세계에서 제일 잘 돼 있는 의료시스템이 뒷받침을 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통합시스템 구축 과정은 “정말 너무나도 어려웠던 과정”이었다고 밝힌 그는 “(당시 노조를 향해) 같이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조금씩 양보하자고 호소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통합시스템의 기조에 대해 “‘있는 자’가 좀 더 많이 내고, ‘없는 자’가 좀 덜 내고, ‘아주 없는 자’는 내지 않도록 해 전국민이 같이 의료보험혜택을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큰 고생을 한 경험이 국민에 그래도 보탬이 됐다 생각하면 조금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사태’ 대응으로 최근 찬사를 받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와 건강보험통합공단 등의 시스템이 이번 ‘코로나19 난국’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질병관리본부를 승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도 좋을 것 같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하는 조 전 감사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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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회 전 국민건강보험 상임감사는 시사저널e와의 인터뷰에서 통합시스템의 기조에 대해 “‘있는 자’가 좀 더 많이 내고, ‘없는 자’가 좀 덜 내고, ‘아주 없는 자’는 내지 않도록 해 전국민이 같이 의료보험혜택을 공유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이창원 기자

-이번 한국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인 재앙을 넘어 세계적인 재앙으로 ‘전쟁 이상의 전시상황’이다. 한국도 초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은 아주 잘 극복해 세계적인 모범국가 모델 국가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뛰어난 의료기술, 의료시스템 등과 국민의식 수준, 정부의 대응 등이 고르게 발현된 결과라고 본다.

한국의 경우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의료계 쪽으로 진출을 많이 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로 인정받고 있었고, 세계에서 제일 잘 돼 있는 의료시스템이 뒷받침을 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뛰어난 의식수준을 보여줬다. 또한 정부도 이번 사태 전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 국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많긴 했지만,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강력한 대응·조치 등을 무리 없이 진행했다는 점을 높이 산다.

-‘코로나19 사태’ 관리 과정에서 의료시스템이 조명을 받고 있다. 이른바 ‘통합시스템’ 구축 과정은 어땠나

박정희 정권 때 시작한 의료시스템은 발전을 거듭하다 김대중 정권에서 의료통합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통합 전 의료시스템은 지역의료보험조합, 직장의료보험조합, 공무원의료보험조합 등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전국민이 같이 보험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소위 통합시스템을 통한 ‘전국민 개(開)보험’으로 발전이 되도록 했다.

사실 통합시스템과 관련해서는 노태우 정권에서 이미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를 했었다.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의료보험에 대한 전문적인 부분들이 부족했고, 참모들도 조언을 잘못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그래서 통합시스템은 김대중 정권에서 완성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상시에 늘 ‘전국민 의료보험화’는 사회안전망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복지사회로 가는 길’에 건강보험공단이 가장 중요한 ‘지킴이 역할’을 하는 만큼 건강보험공단을 통합공단으로 ‘전국민 개인보험화’를 지시한 것이다. 이와 같은 ‘특명’을 제가 받아 건강보험공단 상임감사를 5년6개월 동안 연연임하면서 통합시스템을 만들게 됐다.

-일반적으로 상임감사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정권이었고, JP사람인 이사장은 조금 현실을 회피해 제가 직접적으로 노조들과 같이 싸우고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정말 너무나도 어려웠던 과정이었다. 육탄으로 싸우기도 하고, 저녁에는 만나 술 한 잔하며 대화하고,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또한 사실 노조와 대화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에 노조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저는 노조가 우리나라 민주화를 만드는 과정의 산증인이자 ‘산파’ 역할을 했던 만큼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화 인사들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민주화됐으니 조금 거슬리더라도 같이 잘 해보자는 뜻이었다. 노조가 극렬하게 모든 것을 반대하고 나서면 민주화를 반역행해 다시 군사정권이 들어서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면서, 같이 노력하고 고생한 만큼 조금씩 양보하자고 호소했다.

-통합시스템 구축의 기조는 무엇이었나

‘있는 자’가 좀 더 많이 내고, ‘없는 자’가 좀 덜 내고, ‘아주 없는 자’는 내지 않도록 해 전국민이 같이 의료보험혜택을 공유하자는 것이었다. 세계 초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약 3000만명 가까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오바마 정권 당시 강력하게 추진했던 ‘전국민 의료보험화’가 소위 ‘있는 자’인 극우세력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다.

때문에 통합시스템 구축을 관철시켰다는 점에 당시부터 약 20년이 넘은 상황이지만, 큰 고생을 한 경험이 국민에 그래도 보탬이 됐다 생각하면 조금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세월이 지나며 스스로도 잊고 지냈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 과정을 겪으며 주변에서 고생했다는 평가와 칭찬을 듣고 있어 흐뭇한 생각도 든다.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건강안전관리시스템으로 국민의 건강, 의료 등을 돕는데 굉장히 큰 역할을 했다. 질병관리본부와 건강보험통합공단 등의 시스템이 이번 ‘코로나19 난국’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최근에 질병관리본부를 승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도 좋을 것 같다. 특히 정은경 본부장의 보여준 봉사, 희생정신 등을 보면서 정 본부장과 같은 인사들이 장관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웃음)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하는 등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질병관리본부의 승격을 언급하기도 했고, 부처 간 업무조정, 유사 시 긴급대응을 위한 권한 등을 생각했을 때도 반드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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