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승연 포함 3인 일괄 교체 예정···수석부원장에 김근익·이병래 거론
은행 담당 부원장 후보에 김동성·최성일 등 물망···DLF·채용비리 악연 주목

사진 왼쪽부터 김근익 FIU 원장과 이병래 전 예탁결제원 사장, 김동성 금융감독원 부원장, 최성일 금감원 부원장보/사진=예탁결제원,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김근익 FIU 원장과 이병래 전 예탁결제원 사장, 김동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최성일 전 금감원 부원장보/사진=예탁결제원,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금융감독원 부원장 인사에 금융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4명의 부원장 중 3명의 부원장이 모두 교체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김근익 FIU(국가정보분석원) 원장, 이병래 전 예탁결제원 사장, 김동성 금감원 부원장보, 최성일 전 부원장보 등이 신임 부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중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금감원 내 최고 강성인사로 평가받았던 원승연 부원장도 자리를 떠날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서는 향후 금감원과 금융사와의 관계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은행권의 경우 신임 부원장에 강성인사가 배치될 가능성이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석부원장, 관례대로 금융위 출신 유력···김근익·이병래·정완규 등 하마평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와 청와대는 금감원 부원장 3명을 교체하기 위한 인사검증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새롭게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 선임된 김은경 부원장을 제외한 유광열 수석부원장과 원승연 부원장, 권인원 부원장은 모두 이번 인사를 통해 교체될 전망이다. 금감원 부원장은 금감원장 제청과 청와대 인사검증 등을 거친 후 금융위원회가 임명한다.

애초에 부원장 인사는 올해 초 금소처장 선임과 함께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금감원 부원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인사적체 해소 등을 위해 2년이 지나면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 수석부원장과 원 부원장은 지난 2017년 11월에 임기를 시작했으며 권 부원장은 같은 해 12월에 임명됐다.

부원장 인사가 장기간 지연된 것은 원 부원장의 거취를 놓고 윤 원장과 금융위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 원장은 자신과 정책 철학이 유사한 원 부원장의 유임을 희망한 반면 금융위는 교체를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교수 출신인 김 부원장이 새롭게 금소처장에 임명되면서 같은 학계 출신인 원 부원장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금감원 안팎에서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 수석부원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이들로는 김근익 FIU 원장과 이병래 전 예탁결제원 사장 등이 있다. 김 원장은 광주 금호고등학교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금융위에서 금융구조개선과장, 은행과장,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장, 금융현장지원단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018년부터 FIU 원장직을 지내고 있다.

대전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이 전 사장은 32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첫 발을 디뎠다. 재무부 국제금융국 국제기구과와 증권국 자본시장과, 차관실에서 일하다 미국 유학을 갔다온 이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금융위에서는 보험과장, 금융정책과장, 몽골 중앙은행총재 자문관, 대변인 등을 지냈으며 2016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예탁결제원을 이끌었다.

김 원장에 앞서 FIU 원장을 지냈던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대표도 수석부원장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금융위 출신 인사가 맡아 금융위와의 업무 연계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후보가 임명되더라도 유 수석부원장 시절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승연 부원장 교체로 시장 친화 성향 강화 ‘기대’···은행권은 긴장감

자본시장·회계를 담당하는 원승연 부원장의 후임으로는 김도인 전 금감원 자본시장 부원장보가 유력시되고 있다. 김 전 부원장보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증권감독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금융지주서비스국 팀장, 감사실 팀장, 자산운용감독실 실장, 자산운용검사국장, 기업공시국장 등 자본시장 분야의 핵심직책들을 두루 역임한 인물로 올해 초 부원장보를 마지막으로 금감원을 떠났었다.

지난 2018년 원 부원장과 함께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 해결을 이끌었으며 같은 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검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는만큼 원 부원장에 비해서는 시장 친화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양한 사안에 걸쳐 금융사, 금융위와 충돌했던 원 부원장이 교체되면 금감원의 정책 방향에도 일부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윤석헌 원장의 임기도 1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미 내부에서는 금융사와의 조율,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대한 금감원의 강성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중소서민금융을 담당하는 권 부원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이들이 모두 과거 은행권과 악연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 중 하나인 김동성 은행 부원장보는 지난해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관련 검사를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해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 정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또 다른 후보인 최성일 전 전략·감독 부원장보는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하나은행 채용비리’의 특별검사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당시 최 전 부원장보는 최흥식 전 원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의 연루 사실을 확인했다고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최 전 부원장보는 지난해 말 신한금융그룹의 사외이사들과 만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에 대한 법적리스크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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