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발표 ‘2020 공시대상기업집단’ 신규 5개 그룹 중 2곳이 해운업체
HMM, 배재훈호 출항 후 본격 드라이브···내실 다진 ‘알짜’ 장금상선도 명단에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해양수산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해양수산부

국내 해운업계의 부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양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금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이달 1일 기준 64개 기업집단(그룹)이다. 신규 지정된 그룹은 5개사다. 이들 중 2곳이 해운업체다. 지난달 사명을 바꾼 에이치엠엠(HMM·구 현대상선)과 장금상선 등이 그 주인공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기업의 규모를 가늠하는 일종의 척도다. 자본과 부채를 합한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자산규모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의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두고 각각 대기업과 준대기업으로 불린다. 이번 공정위 집계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된 기업들은 총 34개다. 나머지 30개 그룹은 준대기업으로 분류된다.

HMM은 소속회사 4곳, 자산규모 6조5000억원으로 재계 53위에 랭크됐다. 17개 법인을 거느린 장금상선은 자산규모 6조4000억원으로 HMM보다 한 계단 낮은 54위에 자리했다. 두 회사 모두 자산규모 5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에 해당되는 준대기업에 포함됐다. 한국지엠(56위)·동국제강(57위)·금호석유화학(59위)·애경(60위) 등보다도 순위가 높다.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용선료 등 기존에 포함되지 않던 항목들이 부채로 포함됨에 따라 신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게 됐다”고 소개했다. 부채가 늘면서 자산규모가 확대됐다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업계는 HMM의 이번 준대기업 진입에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독자노선을 걷게 된 뒤 기존 모회사는 중견기업으로 전락했지만, HMM은 불과 4년 만에 자력으로 재차 준대기업 반열에 올른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고 시사했다. HMM은 2016년 7월 최대주주가 한국산업은행으로 변경되고 10월에는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됐다. 당시 계열분리 이후 현대그룹은 대기업에서 제외됐다.

HMM은 지난해 4월 배재훈 사장 취임 후 본격적으로 ‘해운재건’에 나선 바 있다. 물류업계 출신으로 취임 초기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디 얼라이언스’ 정회원 가입에 성공하며 난제로 꼽히던 해운동맹 가입을 이끌어냈다. 지난달부터 본격화 된 정회원 가입으로 HMM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비용구조 개선, 서비스 항로 다변화 등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3일에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를 인도 받으며 실적회복의 기대감도 키웠다. 앞서 HMM은 지난 2018년 9월 2만4000TEU급 선박 12척을 비롯해 국내 조선 3사와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선박 20척 건조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나머지 선박들도 주요 노선들에 투입될 예정이다.

알헤라시스호 명명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대한민국 해운 재건의 신호탄을 세계로 쏘아 올리게 됐다”며 “열두 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우리 해운산업의 위상을 되살리게 될 것”이라 언급하며 기대를 표했다. 초대형선 투입 외에도 배재훈 사장은 최근 복수의 공식석상과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사업확장의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해운사업과 연계된 유관사업들을 기초로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하겠다는 의미였다.

장금상선은 익숙한 사명들이 즐비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다소 생경한 사명이지만 해운업계 내부에서는 내실을 다지고 외형을 키우는 ‘알짜 해운사’로 꼽힌다. 한국과 중국의 합작 컨테이너 선사인 이곳은 1989년 홍콩에서 문을 연 업체다. 한국과 중국의 수교가 이뤄진 뒤에는 양국 간 직항노선을 바탕으로 성장했으며 현재는 일본·러시아 등 16개국을 기항하는 해운사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10월 장금상선은 흥아해운과 통합법인 설립을 매듭짓고 각 회사가 기존에 운영하던 항로를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이번 합병을 통해 장금상선은 SM상선을 제치고 HMM·고려해운 등에 이어 국내 선복량 3위에 오르게 됐다. 글로벌 해운사 순위에서도 20위권 진입이 가능해 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은 동남아 지역을 오가는 노선들을 비롯해 복수의 중복노선을 지녔는데, 양사의 사업합병을 바탕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사려된다”면서 “비록 준대기업 진입으로 전에 없던 다양한 규제가 적용될 수 있지만, 전체적인 한국 해운 산업 진흥에 보탬이 되는 합병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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