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텔레콤, 유진투자증권 지분 5.75% 확보 공시하면서 '2대 주주' 등극
유진기업과 지분 격차 23%이상에 현금도 부족···경영권 확보 가능성 낮아
재무적투자자 끌어들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향후 행보 촉각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세종텔레콤이 유진투자증권 지분 5.75%를 확보했다고 공시한 이후 유진투자증권 지배구조에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종텔레콤의 자산과 보유현금, 지분율 격차 등을 고려하면 유진투자증권 인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투자 지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세종텔레콤 측이 추가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유진투자증권, 경영권 분쟁 가능성 있나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의 최대주주는 유진기업으로 지분 27.25%를 가지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지분율이 총 29.03%에 이른다.

2대주주는 세종텔레콤으로 5.75%를 보유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지난달 23일 장 마감 이후 유진투자증권 주식 557만주(5.7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5% 이상 지분을 매수하게 되면 이를 공시해야 하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지분 보유목적에 대해서는 '단순투자'라고 밝혔다.

세종텔레콤의 지분보유 소식이 알려진 이후 3거래일(4월24일~28일)동안 유진투자증권 주가는 잠잠했다. 그러나 29일 뒤늦게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한가인 2830원으로 장을 마쳤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과거 명동 사채시장에서 번 돈으로 동아증권을 인수해 세종증권을 설립하고 다시 NH농협에 매각해 큰 차익을 남겼는데 이러한 전력이 부각되면서 김 회장이 유진투자증권 인수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퍼졌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자기자본만 지난해말 기준 7845억원에 이르는 증권사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매출) 9767억원, 당기순이익 413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2800억원 가량으로 자기자본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세종텔레콤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2696억원, 영업손실 98억원, 당기순이익 22억원을 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말 기준 194억원가량이다. 반면 유진투자증권 최대주주인 유진기업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105억원에 이른다. 유진기업과 세종텔레콤의 보유지분 차이도 23%가 넘고 동원 가능한 현금도 격차가 있다.

이를 고려하면 김 회장이 유진투자증권 인수에 나서기 위해서는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 한 시장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보통 상장사의 경우 인수전에 뛰어든 주체와 피인수기업 사이에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재무적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참여할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텔레콤과 김형진 회장은 현재 ‘단순투자’라고 밝힌 상태다. 세종텔레콤은 금융투자에 매우 적극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94억원에 불과하지만 단기금융자산은 1339억원에 이른다. 투자 목적으로도 여러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상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케이티파워텔, 한국DMB, 인피니소프트, 트루컷시큐리티, 아이오앤코코리아, 에이프릴컴스, 프리즘스퀘어피에프브이, 프리즘스퀘어자산관리 등 8개다.

일각에서는 김형진 회장이 유진투자증권 2대주주로서 사업협력의 접촉면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전산 업무가 필수적인 증권업과 사업관련성이 깊다. 앞서 세종텔레콤은 2010년 현대증권의 전국망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왼쪽부터)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유순태 EHC 대표(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왼쪽부터)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유순태 EHC 대표(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유진그룹, 유진투자증권 매각 가능성은

앞서 유진그룹은 2006년 한주흥산과 경쟁 끝에 유진투자증권의 전신인 서울증권을 인수했다. 당시 유진그룹은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공격적으로 인수합병 시장에 나선 상태였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패배한 이후에는 서울증권, 하이마트, 로젠택배 등을 연달아 인수하며 2000년대 중반 M&A 시장에서 주목받는 중견그룹이 됐다.

하지만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유진그룹은 자금난이 허덕였다. 유진그룹은 유진투자증권을 인수한 지 2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았다. 유진그룹은 2008년 말 르네상스 사모투자펀드(PEF)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유진투자증권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막판 매각을 안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후 유진투자증권 매각설은 꾸준히 시장에 돌았으나 유진그룹은 매각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유진그룹 스스로도 2012년 하이마트와 로젠택배 등을 매각,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성공하면서 매각설은 점차 사그라졌다. 유진그룹은 이후 유진투자증권 주식을 계속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29%대로 끌어올렸다.

유진그룹의 계열분리와 연관해 유진투자증권 매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유진그룹은 유재필 명예회장이 1969년 건빵회사인 영양제과공업을 세워 기반을 마련했고 1979년 레미콘 사업에 진출해 회사를 키워왔다.

유재필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그룹경영 전반을 맡고 차남인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이 유진투자증권과 유진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삼남인 유순태 EHC 대표가 건자재 사업을 담당하는 방식의 분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한 집안이지만 이후 향후 그룹이 계열분리된다면 유창수 부회장은 금융계열사를 떼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감안하면 유창수 부회장 몫인 유진투자증권의 매각 가능성은 한층 낮다고 판단된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유진투자증권 경영권 분쟁이나 매각설 등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나온 전혀 근거가 없는 카더라에 불과하다”며 “김형진 회장 역시 유진투자증권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만큼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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