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21대 국회 의석점유율 94.3%, 87년 민주화 후 가장 높아···비례 위성정당 탓
거대 양당 입맛대로 담합과 정쟁 우려 높아져
표심 그대로 의석 수에 반영하는 선거제 도입 필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거대 양당 중심 정치가 이번 총선에서 더 강화됐다.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 미래통합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103석을 얻어 전체 300석 가운데 283석을 가져갔다. 전체의 94.3%다. 이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역대 총선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제3지대 및 소수정당들은 모두 쪼그라들었다.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뿐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통합당과 민주당이 법의 빈틈을 이용해 비례 위성정당들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소수정당들과 시민단체들이 단식과 시위 등으로 어렵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는 거대 양당 사이 정쟁과 담합을 막고 민심을 그대로 의석 수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었다. 거대 양당은 기존 선거제도의 문제로 표심이 왜곡돼 역대 총선에서 득표율보다 과도하게 많은 의석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통합당과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자신들의 의석수가 줄어들 것을 막기 위해 완전한 연동형이 아닌 일부만 반영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관철시켰다.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 수를 반영하는 효과를 줄인 것이다. 더 나아가 미래통합당은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인 비례대표 의석 수 마저 차지하려 했고 민주당도 이를 따라갔다. 이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하기 전보다 오히려 거대 양당이 가져간 의석수가 늘었다.

이처럼 민주당과 통합당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보다 자신들의 정당 의석수를 늘리는 것에 급급했다.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정당 득표율이 중요해지기에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보다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정당들은 표를 얻기 위해 국민을 위한 정책 경쟁에 나선다. 정당들은 취업난, 높은 집값, 양극화, 공공의료, 여성 인권 등의 문제 해결에 나서게 된다. 지금보다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도 커져 여러 계층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

또 국회의원들의 특권과 부정을 없앨 수 있다. 지난해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 쌈짓돈화, 연구용역비 부정 사용 등 국회의원들의 예산 부정 사용과 여러 비리들이 밝혀졌다.

국회의원들은 ‘국민 소환제’마저 거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출된 권력 가운데 오직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 대통령,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모두 잘못을 저지르면 소환할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이 3건 발의됐으나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으로 강화된 거대 양당 체제로 인해 민주당과 통합당의 대치 상황과 담합, 국회의원 특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유불리를 감안해 마음이 맞으면 어떠한 법안과 정책이든 패키지로 거래할 수 있다. 두 정당의 이익에 맞는다고 이를 담합해 패키지로 처리하면 이것이 민의를 반영하는 것인가. 반면 두 정당의 마음이 맞지 않으면 정쟁과 대치가 커져 국회가 마비된다. 이 또한 국민의 뜻에 어긋난다.

시민을 위한 선거제도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막은 민주당과 통합당이 21대 국회에서 이를 도입할지 의문이다.

시민들은 깨어있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자율적인 절제로 전염병 확산을 막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총선 투표율은 66.2%로 28년만에 가장 높았다. 그 전에는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나와 양극화와 사회 부조리 개선을 요구하며 대통령을 끌어내렸다. 거대 양당이 공당으로서 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무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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