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구제신청 조정 중 재활원장이 재활교사에게 욕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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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들었던 욕설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재현해준다는 취지로 한 욕설도 범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제3자가 듣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욕설은 한 후 곧바로 ‘제가 이런 욕설을 들었습니다’라고 하더라도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방법원 문기선 판사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62년생 남성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경상북도에 위치한 한 재활원 시설장인 A씨는 지난 2018년 6월 지역노동위원회 조정실에서 열린 부당해고 구제신청조정 절차 중 피해자 B씨와 노무사 3명 동석한 상황에서 B씨에게 “개XX야 눈X을 빼뿔라”라고 말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A씨가 시설장인 재활원에서 사회재활교사로 일하다 해고된 바 있다.

A씨는 과거 B씨로부터 귓속말로 이러한 소리를 들었고, 노무사들에게 ‘이런 사람과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 해당 발언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과거 B씨의 발언을 인용해 노무사의 질문에 답변한 것이기 때문에 모욕의 고의도 없는데다, 업무에 관련된 행위로 정당행위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B씨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증거가 없고, 설령 A씨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이는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문 판사는 “피고인(A씨)는 과거 피해자(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며 고소했는데, 이는 과거 이 같은 표현을 들었다는 기억 또는 믿음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피고인이 경멸적 표현 후 ‘저에게 이렇게 말했던 사람과 근무할 수 없다’(후속발언)는 취지의 말을 덧붙임으로서 전체적으로 그러한 의미가 이해되도록 말했는지 보면, 당시 피고인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의 진술에 비춰 믿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주장처럼 후속발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동위원회 조정실에서 제한된 참여자들만 좌석에 앉아있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와 노무사 등은 그러한 발언을 듣지 못했다고 일관되고 진술한다”며 “설령 피고인이 후속발언을 충분히 이해되도록 말했더라고 하더라도, 그에 앞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 또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해 모욕죄의 보호법익에 이미 위험이 발생되어 있었고 그 사이의 시간적 공백이 있었던 이상 범죄가 성립한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이런 모욕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사전설명 없이 돌발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건너편에 앉아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사람들이 듣도록 모욕적 발언을 하는 행동을 취했다”며 “피해자가 타인 앞에서 모욕당한 감정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도 피해자가 모욕당했다고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고 비판했다.

문 판사는 아울러 “조정과정에서 과거 모욕적 언사가 쟁점이 되거나 언급되지도 않았던 점에 비춰보면, 이 발언은 모욕에 해당하고 모욕죄의 범의 역시 있었다고 인정된다”며 “설령 부당해고에 관한 피고인 측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발언 내용, 발언 전·후의 사정, 발언의 필요성과 피고인의 의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사회적으로 상당성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판사는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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