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어려워 수년째 공터로 방치···매수자 찾기 난항 예상
서울시, 공원화 의사 밝히면서 매각 가능성 높아져
부영 2500억·대한항공 3000억 시세차익 예상

서울 ‘금싸라기 땅’을 매입하고도 각종 규제에 막혀 개발을 하지 못해 고민이 깊었던 부영과 대한항공이 서울시 덕분에 한시름 놓은 모습이다. 서울시가 공원화를 위해 부지를 사겠다고 나서면서다. 두 회사는 세금만 축내는 애물단지 땅을 처리하는 동시에 수천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한남근린공원 부지 공원화 의지 밝혀···부영, 매각 시 2500억원 차익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용산구 한남동 670번지 일대 ‘한남근린공원’ 부지(2만8319㎡)를 공원화 하는 ‘도시계획시설(공원)사업 실시계획인가를 위한 열람 및 사업인정에 관한 주민 등의 의견 청취’를 공고했다. 이번 공고는 오는 7월 1일 ‘장기미집행도시계획시설 일몰제’ 실시를 앞두고 한남근린공원의 보존 및 개발에 대한 최종안을 확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해당 부지를 수용해 공원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6월까지 실시계획(공사 일정·공법·자금 조달 방법 등을 담은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2025년 상반기까지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한남근린공원 부지는 1940년 3월 12일 조선총독부 고시에 의해 지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공원이다. 공원으로 지정된 지 올해로 80년을 맞이해 존재가치가 매우 크고, 남산과 한강을 잇는 위치에 있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해방 이후 주한미군 기지의 부대시설로 활용되다가 1979년 공원을 조성하기 위한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됐다. 하지만 4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공원 조성계획이 집행되지 않아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로 분류돼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부영은 2014년 6월 전체 공원 부지 면적 2만8197㎡중 약 97%에 달하는 2만7923㎡를 국방부로부터 1100억원에 사들였다. 해당부지는 2014년 12월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해제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서, 2015년 10월 해제가 유력했다. 이에 따라 부영은 해당 부지에 고급주택지 개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서울시가 공원 계획을 다시 짜고 올해까지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하면서 해제가 연기됐다. 이에 따라 부영의 계획도 꼬이기 시작했다. 부영은 2015년 공원 설립 계획이 재산권 침해라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패소했다. 해당 부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다. 

1000억원 넘게 주고 산 땅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부영 입장에서는 이번 서울시의 결정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해당부지의 가치를 36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가로 거래가 된다면 부영은 6년 만에 2500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송현동 부지, 10년 전 대한항공이 2800억원에 매입···서울시 매입가 5000억원 추정

대한항공도 서울시의 공원화 사업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최근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소유한 부지(3만6642㎡)를 매물로 내놨다. 이곳은 동서로는 서촌-경복궁-창덕궁이, 남북으로는 북촌, 인사동이 위치해 있어 서울 중심가에서도 최적의 입지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이곳은 그동안 각종 규제로 인해 개발이 제대로 진행된 적이 한 번도 없다.  

해당 부지는 ‘고도지구’에 속해 건축물 높이가 16m 이하로 규제돼 5층 이상 건물 신축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제1종일반주거지역이라 건폐율은 60% 이하, 용적률은 100~200%로 묶인다. 주거지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용적률이다. 4층 이하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만 지을 수 있다. 뛰어난 입지에 비해 개발 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여기에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해당 부지에 대한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개발은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이에 따라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 사진=길해성 기자

이런 가운데 서울시는 지난달 해당 부지를 매입해 공원화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의지는 확고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올해 안에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지정하고 2022년에 매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만약 대한항공이 제3자에게 부지를 매각할 경우에도 서울시는 이를 재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할 것이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나타내 왔지만 공식적으로 매입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이 추정하는 송현동 부지의 예상 매각 가치는 6000억원(3.3㎡당 5410만원)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2800억원(3.3㎡당 2526만원)에 매입했다. 만약 본 입찰에서 그대로 거래가 된다면 대한항공은 10여년 만에 3200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다만 서울시는 해당 부지의 가치를 5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어 거래가는 협상 과정에서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두 부지는 현실적으로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매물로 내놔도 매수자를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서울시와의 거래는 충분히 ‘남는 장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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