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넷플릭스 과도한 트래픽 발생, 무임승차 그만 둬야”
넷플릭스 “망 사용료 지급은 이중과금”

자료=셔터스톡
자료=셔터스톡

‘망 사용료’를 둘러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신경전이 치열하다.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 사용량이 많은 넷플릭스가 무임 승차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넷플릭스측은 ‘이중과금’이라며 반발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법원이 판단해달라는 의미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 갈등 중재를 위한 재정(중재)을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방통위는 양측 입장을 듣고 대면 질의를 이어가는 과정을 밟고 있었다. 내달이면 재정 확정안을 도출할 계획이었다.

넷플릭스가 소송을 진행하면서 재정 절차는 중단됐다. 넷플릭스 측이 방통위 판단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둘러 소송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측은 1년이 넘도록 망 비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 인해 과도한 트래픽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최근 SK브로드밴드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해외 망 증설을 네 차례나 시행하기도 했다. 과도한 트래픽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통신사업자들이 일반 이용자에게 이용 요금을 받으면서 또다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망 비용을 내는 대신 통신사에 캐시서버(OCA)를 무상 설치하는 ‘오픈커넥트’ 방식을 통해 트래픽 과부하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캐시서버를 설치하더라도 결국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해당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선 국내 통신망을 이용해야 한다”며 “캐시서버 설치와 상관없이 여전히 트래픽 부하가 발생하는 셈이다. 넷플릭스는 이에 대한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이중과금 논란과 관련해 “넷플릭스의 주장은 인터넷 망의 양면시장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며 “신용카드와 택시플랫폼처럼 인터넷망도 고객과 콘텐츠 사업을 연결하기 때문에 양쪽에서 요금을 받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CP)들은 매년 통신사에게 수백억원에 달하는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를 포함한 구글 등 외국 CP들은 망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관련 국내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앞서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페이스북에 손을 들어준 것 역시 규제 공백 탓이 컸다. 넷플릭스 역시 페이스북 사례를 보고 소송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외 CP 역차별을 막기 위한 관련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중인 상황이다. 

특히 통신업계는 넷플릭스가 미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현지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고 있으면서, 국내에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국내 매출 362억원을 기록,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20대 국회가 한달여 남은 이 시점에 소송을 진행한 것도 충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빨리 개선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최근 성명서를 내고 넷플릭스의 망사용료 분쟁 소송과 관련해 규제 당국이 적극 나서 법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촉구한 상황이다. 

경실련은 “한-미 FTA협정에 따라 자국법으로 보나, 국내법으로 보나 넷플릭스는 실질적인 부가통신사업자로서 양국의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당사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국내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법에 의거해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 ▲품질보장의 의무 ▲망 증설 등 재정협상에 응할 의무 ▲이용자를 보호해야할 의무 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의 리더십 부재로 인한 행정 공백과 법적 공백을 틈탄 글로벌 CP들의 이같은 작태에 대해서 정부가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공정한 시장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할 공정위와 방통위가 법원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 관련법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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