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 지원 한계, 빚 늘고 조건 까다로워 이용 못하는 이들 많아
일부 지자체만 현금 지원 실시···소상공인들 “중앙정부 차원 확대” 요구
자영업자들 실업급여 제도 이용 못해 폐업 시 위기···“고용보험 제도 확대해 소외된 이들 포함해야”

지난 23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가게에 붙은 '임시 휴업'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가게에 붙은 '임시 휴업' 안내문.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 대해 대출이 아닌 현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빚을 늘리는 것은 부담이 크고, 대출 받기 어려운 연체자나 체납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자영업자들은 실업급여 제도를 이용할 수 없어 폐업하면 수입이 끊긴다. 고용보험 제도를 확대해 실업급여에서 소외된 이들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시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3월 1~20일 서울 음식점과 카페, 술집 등 식품위생업 1600곳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폐업이 9.0%(132곳)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소비 침체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음식점과 카페 등의 폐업은 지역이나 무엇을 파는 지에 상관없이 나타났다.

문제는 코로나19가 길어지고 언제 이 사태가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폐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 경우 고용보험에 제외돼 있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는 수 많은 자영업자들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전국 소상공인업체 수는 약 270만개에 달한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2~8일 소상공인 1392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폐업 상태이거나 폐업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는 응답이 48.5%, ‘이미 폐업상태일 것’이라는 응답이 23.9%였다.

실제로 소상공인들은 매출액이 급감했다. 관련 조사에서 지난 3월 매출액이 80% 줄었다는 응답자가 20.8%, 90% 감소는 17.1%에 달했다. 

소상공인들이 이렇게 폐업에 나서고 매출이 줄면서 이들이 고용한 노동자들도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가 길어질 경우 추가적인 고용 감축과 가족으로 고용을 대체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소상공인들에게 저금리 대출 지원이 아닌 현금 지원에 나섰다. 

서울시는 서울에 있는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월 70만원씩 2개월간 모두 14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영업 중이면서 지난해 연 매출액 2억원 미만이면 지원 받을 수 있다. 유흥·향락·도박 등 업종을 제외한 41만곳이 지원 대상이다. 이는 서울 전체 자영업자·소상공인 업체 57만개의 72%에 해당한다.

이에 앞서 경기도 화성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10% 이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현금 200만원의 ‘재난생계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부산시도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한 업체당 현금 1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이 지역 화폐나 상품권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한 것은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이 인건비와 임대료 등 운영비에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지자체에 속해 있지 않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중앙정부가 실시하는 경영안정자금 대출에만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경영안정자금 대출은 빚이 늘어나 부담이 커지는 방식이다. 또한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 신청할 수 없는 소상공인들도 많다.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매출이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체납 기록이 있다고 대출 신청을 거절당했다. 직원을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소상공인들에 대한 운영비 현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홍보부장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연체자, 신용불량자 소상공인들에게도 지원이 필요하다. 중앙 정부 차원에서 전국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대구·경북 지역은 월 200만원, 이외 지역은 월 150만원씩 3개월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1개월간 4조2000억원, 3개월간 12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 실업급여서 소외된 이들 생존 위기···"안전망 확대해야"

특히 600백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은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제도를 이용할 수 없기에 이들이 폐업하면 이들 가정과 이들에게 고용됐던 노동자 가정도 수입원이 끓긴다.

이에 자영업자와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등 고용보험에서 소외된 이들을 고용안전망에 포함시키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재욱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고용보험 밖에 있는 자영업자, 특고, 플랫폼 노동자 등이 늘고 있다. 이들을 고용보험제도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고용보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며 “‘소득중심, 조세중심 사회보험’으로 고용보험 제도를 확대해 소외됐던 이들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남 위원은 “이러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자영업자는 사회보험을 내고 추후 지급받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며 “프랑스가 2018년에 이런 방식으로 제도를 실행해 비임금 노동자도 고용보험에 의무가입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