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 서면 간담회 실시···“DLF 사태 이후 최근이 고비” 평가
“동학개미·ETN 투자, 시스템 리스크화 우려”···라임자산 ‘배드뱅크’ 내달 설립 전망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파생결함상품(DLF) 사태 중징계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확고한 입장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내달 8일 취임 2주년을 맞이하는 윤 원장은 28일 ‘서면 간담회’를 통해 지난 2년간의 소회를 밝히며 “DLF 사태 이후 최근이 고비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시계를 몇 달 돌려도 내 의사결정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장을 제대로 못 읽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일부는 소통의 문제가 조금 있었고 오해도 조금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최근 저성장·저금리 금융환경에서 소비자들은 나름대로 고수익을 원하고 금융회사들이 거기에 동조하면서 고위험·고수익 추구가 알게 모르게 퍼져 있었다”며 “저성장·저금리는 앞으로도 계속 갈건데 일부가 고위험·고수익을 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일반화 되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회사들에게 메시지는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DLF 제재 결과를 둘러싸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진행 중인 법정공방 등을 염두해 둔 것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올해 초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고 손 회장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과도한 권한 남용이라는 비판도 다수 제기됐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윤 원장은 “선택을 하면서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고 금융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과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느냐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 선택 부분에서 비판이 많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윤 원장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후 늘어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투자와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 투자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저금리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가는 자금을 차단하다보니 ‘동학 개미’나 ‘원유선물 상장지수증권(ETN)’ 등으로 (자금이) 향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이게 약간 시스템 리스크화 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기적인 솔루션은 없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융사들이 중수익 상품을 만들어서 중화를 시켜줘야 하는데 금융산업, 특히 금투 같은 곳에서 그런 일을 잘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임자산운용의 부실 펀드를 정리하기 위한 이른바 ‘배드뱅크’는 내달 중에 설립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원장은 “펀드 이관 전담회사를 만드는데 몇 개 회사가 약간 이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5월 중으로는 조정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에서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키코(KIKO)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을 살리는 것이 주주 가치에 반한다는 은행 측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은행을) 만나서 세게 얘기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거길 넘어가는 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거 같다”며 “은행들이 생각을 잘 정리해서 금융이 한단계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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