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 ‘장수행복노트’ 개정판 등 국민 인식개선 홍보 추진

권명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 / 사진=연합뉴스
권명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 / 사진=시사저널e

“올해는 국민들이 미리미리 준비해서 검소하고 친자연적이며 품위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홍보하고 지원하는 사업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권명길 한국장례문화진흥원장은 지난 2018년 7월 원장으로 부임한 후 국민들이 그동안 가졌던 장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한편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데 관심을 갖고 사업 내용을 검토해왔다. 

이에 취임 2주년을 맞는 올해는 그동안 준비했던 사업 내용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하게 만드는데 주력키로 했다. 특히 ‘미리 준비하는 장례’를 핵심 메시지로, ‘검소하고 품위 있는 장례문화’를 실천전략으로 내세워 국민들 고정관념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진흥원은 주로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그동안 사전장례의향서 양식을 만들어 배포해 왔습니다. 의향서의 대표격이 바로 ‘장수행복노트’입니다. 지난 2016년 역시 진흥원이 만든 장수행복노트를 접한 국민들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장수행복노트는 쉽게 설명하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사후 희망하는 장법이나 수의, 관, 장례식 등에 대한 의견을 본인 스스로 기록해 놓는 양식을 지칭한다. 기존 장수행복노트는 A4 한 페이지 분량으로 핵심 사항들만 정리했는데, 진흥원이 최근 새로 만든 개정판은 사진을 첨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오는 6월 경으로 예상되는 친자연적 장례문화 전국순회교육에서는 새로 제작한 장수행복노트를 국민들이 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장수행복노트 목적은 간단합니다. 어르신이 갑자기 돌아가셨을 경우 유족들이 덜 당황할 수 있도록 사전 의견을 수렴하는 것입니다. 어르신 본인 의지나 희망을 가족들이 공유해 사전 알고 있자는 취지로 이해하면 됩니다.”

실제 진흥원이 준비하는 장수행복노트 개정판은 장례방법에서 화장이나 매장 여부를 묻게 된다. 화장도 세분화해 자연장지는 잔디형과 화초형, 수목형, 수목장림으로 구분된다. 또 봉안(납골)시설은 봉안(납골)당과 봉안(납골)묘, 봉안(납골)담, 봉안(납골)탑으로 구분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도 공설묘지와 사설묘지로 나뉘어 있다. 장례식의 경우 3일장 등 일정과 조문객(과다), 제단장식, 수의, 관, 화환 여부로 세분화돼 어르신 또는 가족들이 전문지식 없이도 선택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제가 보건복지부에서 39년을 근무했는데, 가끔씩 복지부 출신 분들을 만나면 장수행복노트를 어르신에게 말씀드려 많은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현재 양식은 지난해만 전국순회교육 당시 수강생 2만여명에게 배포했기 때문에 익숙한 국민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례 관련 민간단체 관계자들도 수시로 진흥원을 방문, 적지 않은 문의를 한다고 한다. 장수행복노트 하단에 있는 복지부와 진흥원 로고를 없앤 후 양식을 일부 수정해 활용할 수 있을 지를 묻는다는 것이다. 저작권은 진흥원에 있지만, 보다 많은 활용을 위해 가능한 수정을 허용하고 있다는 권 원장 설명이다. 

장수행복노트 개정판. / 사진=한국장례문화진흥원
장수행복노트 개정판. / 사진=한국장례문화진흥원

“다양한 단체들과 진흥원이 업무협약을 맺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8년 12월 협약을 체결한 한국소비자연맹과는 국민들이 장수행복노트를 작성, 가족과 공유토록 하는 사업을 공동 추진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일부 기관과는 장수행복노트 후속사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이 실제 업무협약을 체결한 기관은 총 17곳이다. 한국소비자연맹 외에도 △산림조합중앙회와 △한국자원봉사협의회 △한국상장례문화학회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대한장례지도사협회 △전국공원묘원협회 △한국장례협회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성결대학교 △늘푸른장사문화원 △한국추모시설협회 △서울시설공단 △서울시복지재단 △한국산림복지진흥원 △금융감독원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이다.

“진흥원이 실천전략으로 강조한 ‘검소하고 품위 있는 장례문화’는 국민들이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우선 ‘검소’라고 한다면 앞서 말한 대로 장례 절차에서 허례허식을 배격하고 화장이나 수의, 관 등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로 진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장례문화에서 품위라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품위는 상주나 유가족이 아닌 고인에 대한 실질적 추모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장례문화에서는 문상객에 대한 유가족의 접대에 너무 많은 비중이 실려 있습니다. 사실 장례식 주인은 고인인데, 상주나 유가족이 주인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품위 회복이란 장례식 본질을 찾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장례식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장치나 절차는 거의 없다고 권 원장은 지적한다. 장례식에서 고인의 자취는 영정사진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 장례식에서 보이는 영상을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다. 

“굳이 어렵게 동영상을 만들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인 사진 20여장만 나열해도 고인을 추모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됩니다. 고인을 추모하는 과정을 형상화해 본질에 충실하자는 의미입니다. 고인이 생전 작성한 장수행복노트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 놓는 것도 좋은 예입니다.” 세속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장례식도 있지만, 사회적 지위에 관계 없이 일상적, 문학적 감수성을 갖고 예술적 장치로 승화할 수 있는 장례식도 가능하다는 권 원장 지론이다. 

“이같은 장례문화 국민 인식개선 홍보 예산을 올해 늘렸고, 내년에도 큰 폭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어르신이 조만간 전국적으로 1000만명 돌파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그동안 일부 주먹구구식 홍보를 지양하고 체계적 홍보를 추진할 방침입니다.” 일부 어르신은 죽음을 앞두고 사전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상조상품에 가입하고 미리 봉안당을 구매하는 등 낭비 소지가 있다고 한다. 또 관련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폐업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죽음은 늘 두렵고 불편한 주제입니다. 남이 대신해 줄 수 없고, 함께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삶에 대한 존엄과 죽음을 삶의 자연스런 과정으로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진흥원이 국민들 인식 개선에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과거 복지부에서 근무할 당시와 현재 기관장 위치에서 그의 모습은 동일해 보였다.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는 국민들이 미리미리 준비해 검소하고 품위 있는 장례문화를 만들도록 홍보하고 지원하는 것이 제시된 상황이다. 진흥원에서 2년 가량 일해 자리 잡은 그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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