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수출 물량 내수로 돌려···팰리세이드·GV80 등 적체 현상 해소에 점유율 상승 기대
수입차, 6월 이후 물량 확보 차질 전망···“유럽에서 오는 데 3개월 걸려”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완성차와 수입차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 등 완성차의 경우 국내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면서 물량 수급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해외 수출은 줄어들겠으나 그만큼 내수에 집중할 수 있어 점유율 상승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팰리세이드, GV80, G80 등이 물량 부족 현상을 겪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내수 시장에 집중해 출고 대기 현상도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팰리세이드, GV80, G80 등은 수입차와 경쟁하는 모델이다. 팰리세이드가 등장하면서 포드 익스플로러는 직격타를 맞았다. 팰리세이드가 출시된 이후 지난해 익스플로러 판매대수는 4910대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GV80과 G80은 벤츠, BMW, 아우디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와 고객층이 겹친다. GV80은 출시 첫날 계약에 1만5000대가 몰렸으며, G80은 2만2000대를 계약하며 역대급 기록을 세우는 등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들 차량이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에 집중할 경우 대형 SUV 및 프리미엄 시장에서 현대차 점유율이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최근 열린 현대차 컨퍼런스 콜에서도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국내 신차 대기 수요는 12만대 수준”이라며 “내수 시장에서 그랜저, 팰리세이드, GV80, G80 등 신차 중심의 판매를 극대화해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르노삼성의 경우 XM3가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지난 21일 기준 1만대 출고를 기록했다. 이는 르노삼성에서 최단 기간 기록이다. XM3 흥행에 힘입어 지난달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대수는 1만2012대로 전년에 비해 83% 성장했다. 아울러 르노삼성은 올해 QM3 후속 모델인 ‘캡처’와 전기차 ‘조에’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내수 점유율을 계속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은 올해 초 출시한 트레일블레이저를 비롯해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이 선전하고 있어 판매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수입차다. 코로나19로 인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물량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지난 달 중순부터 현재까지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는 6월 이후에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그동안 확보한 물량과 배에 실어 오고 있는 물량이 있어 공급에 큰 차질이 없다”며 “유럽에서 한국에 오기까지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6~7월에는 물량 부족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입차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성장 둔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까지 수입차는 매년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2016년부터 성장세가 꺾였다. 2015년 24만3900대에서 2016년 22만5279대, 2017년 23만3088대, 2018년 26만705대, 2019년 24만4780대 등 25만대 수준에서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있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건, BMW코리아의 대규모 화재 사건,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일본차 판매 감소 등 악재가 계속되며 성장세가 더뎌졌다.

그동안 수입차는 국산차와 대비되는 프리미엄 요소와 뛰어난 성능·품질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어디서나 수입차를 흔하게 볼 수 있게 되면서 과거에 비해 장점이 퇴색됐다.

이에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를 몰던 고객들이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포르쉐, 벤틀리 등 최상위 브랜드로 눈을 돌리면서 고객 이탈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렉서스 ES,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 프리미엄 차들이 이제는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흔한 차가 됐다”며 “고급 수입차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프리미엄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국내 완성차 품질과 성능이 향상되면서, 이제 수입차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제네시스는 판매량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급 수입차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판매 난항이 계속될 전망이다. 올 1분기 일본차 판매대수는 4377대로 전년보다 62.2% 감소했다. 여기에 올해 출시를 계획 중인 신차도 없어 판매 회복에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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