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1분기 영업이익 67% 감소···코로나19로 매출 타격
백화점·면세점 등 채널 부진에 해외사업도 저조···온라인 성장은 긍정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화장품 중 실적이 좋은 백화점, 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업계 1위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냈다. 오프라인 매출 급감과 해외 사업 실적이 동시에 줄면서 K뷰티가 빛을 보지 못한 영향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분기 실적으로 매출 2793억원, 영업이익 679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이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 67% 감소한 수준이다.

국내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7608억원, 영업이익은 33% 감소한 866억원으로 집계됐다. 럭셔리 브랜드의 주요 채널인 면세접과 백화점, 방문판매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하락한 탓이다.

◇주요 로드샵 브랜드의 부진

여기에 화장품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 보따리상(代工·대리구매상)들의 국내 입국이 드물었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화장품 수요마저 하락하면서 국내 로드샵 브랜드의 매출 하락도 실적 부진에 한몫했다.

로드숍 브랜드의 경우 이니스프리의 매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니스프리 1분기 매출은 31% 감소한 1074억원, 영업이익은 76% 감소한 51억원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을 제외한 로드숍 매출과 면세 채널 모두 하락했다. 이에 이니스프리는 온라인 플랫폼과의 전략적 제휴 강화 및 오프라인 채널 효율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 중에 있다.

에뛰드는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34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적자폭은 축소됐다. 에뛰드 역시 면세, 로드숍 매출 모두 부진했지만 적자 매장 구조조정, 제조원가 개선 등으로 적자 폭이 줄었다.

에스트라와 아모스프로페셔널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24% 감소해 240억원, 187억원의 매출과 16억원, 4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멀티브랜드 채널과 병·의원의 매출은 늘었지만 이너 뷰티 제품 판매가 감소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다.

반면 에스쁘아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138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멀티브랜드숍 채널 확장으로 고객 접점을 다변화해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직영점 축소를 통한 비용 효율화로 영업이익도 확대됐다.

◇해외 사업 부진한 아모레와 달리 성장한 LG생활건강

다만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위협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8964억원, 3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342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뷰티사업은 럭셔리 브랜드들에 대한 견고한 수요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의 충격을 최소화했다”면서 “생활용품 사업과 음료 사업도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전사 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도 해외 사업에서 실적을 낸 LG생활건강과 달리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해외 사업마저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해외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3739억원으로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아시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3456억원으로 집계됐다. 북미 사업 매출은 26% 증가한 230억원으로 온라인 채널과 멀티브랜드숍 중심으로 라네즈와 이니스프리 브랜드의 매출이 성장했다. 유럽 사업은 코로나19로 인한 주요 매장 휴점, 내수 수요 저하로 7% 감소한 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향후 계획은?

올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현지에서 디지털 사업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 과장은 입사 전 중국에서 MBA과정을 마친 후 징둥닷컴에서 디지털 관련 업무를 배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업무협약을 맺은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라네즈와 마몽드를 시작으로 티몰 전용 제품을 내놓을 전망이다. 또 설화수와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에서도 티몰과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해외 사업도 세부 전략을 수정 중이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은 3~5년 목표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현재 37% 수준인 해외 사업 비중을 2023년까지 50%로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러시아 법인을 새로 설립하고 새 시장 개척에 나서기도 했다. 또 동남아시아 시장에 화장품을 공급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공장 건립을 추진해 왔다.

이 외에도 2010년 처음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설화수를 미국 일부 백화점에 이어 올해는 세포라 온라인몰에 입점시켜 한국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채널에서의 경쟁력 확보 및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맞춤형 화장품 기술 개발, 국내외 디지털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연내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 사진=아모레퍼시픽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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