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은행계열 증권사 실적 전년 대비 감소
KB증권, 적자 전환으로 그룹 실적 발목잡아
신한금투·하나금투, 상대적으로 실적 선방

자료=금융감독원 및 각사. / 그래프=시사저널e.
자료=금융감독원 및 각사. / 그래프=시사저널e.

국내 주요 은행계열 증권사들이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이들 사이에 희비가 갈려 주목된다. KB증권은 5분기 만에 적자를 기록해 그룹사의 발목을 잡았고,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역성장했지만 다른 증권사들의 수익 감소 전망치와 비교해서는 선방한 모습이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증권은 연결 기준으로 올 1분기 214억원의 잠정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809억원 이익)와 비교해 적자로 전환했다. KB증권이 분기 기준 적자를 보인 것은 2018년 4분기(301억원 손실)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올 1분기 208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KB증권의 이 같은 실적에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라임자산운용 관련 손실이 큰 영향을 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글로벌 연계 주가지수가 급등락하면서 ELS 자체 헤지 과정에서 480억원 규모의 운용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라임자산운용 총수익 스와프(TRS) 거래 관련 평가손실(약 400억원)과 일회성 충당금(약 190억원)이 더해졌다. 

KB증권의 적자 전환은 지주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팠다. KB증권의 금융지주사인 KB금융지주는 신한금융지주와 ‘리딩 금융그룹’ 타이틀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KB금융지주는 이번 1분기 72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쳐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인 9324억원에 비해 2000억원 넘게 뒤처졌다. 과거 KB금융지주가 리딩 금융그룹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자존심이 상할 만한 격차다.

KB증권과는 달리 신한금융지주의 증권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는 상대적으로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1분기 4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4.1% 감소한 것이다. 올해 대형 증권사들의 전년 대비 예상 순이익 감소폭이 최대 8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신한금융투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80억원으로 지난해 707억원과 비교해 1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코로나19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영향으로 올 1분기 자기매매 부문 영업수익이 470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0.4% 줄어들었다. 다만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KB증권과는 달리 ELS 관련 자체 헤지 비중이 크지 않았다는 점이 차이를 만든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KB증권의 ELS 자체 헤지 잔액은 2조5000억~3조원 수준이고, 신한금융투자는 1조원대 초반 수준이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상대적인 관점에서는 선방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투자는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5.07% 감소한 46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의 순이익 감소 전망치와 비교하면 이 역시 낮은 수준의 감소폭이다. 하나금융투자도 마찬가지로 ELS에서 자체 헤지 비중이 1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KB증권에 비해 낮았다는 점이 전화위복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주사인 하나금융지주의 실적이 증가한 점도 하나금융투자의 선방을 돋보이게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올 1분기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20.3% 증가한 6570억원을 기록해 KB금융지주를 바짝 추격했다. 이번 실적 상승은 일회성 손실이 발생한 지난해의 기저효과 측면도 있지만, 순이익 5500억원대의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했다는 점에서 호실적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증권시장에서도 하나금융투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6.85% 상승했는데, 여기에는 이 같은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올 2분기에는 이들 증권사의 실적 흐름이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저하의 주범인 ELS 헤지 관련 손익 변동성이 글로벌 증시의 빠른 안정세에 따라 축소될 수 있다. 이는 자체 헤지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이익 회복력을 키워줄 수 있다”며 “KB증권의 경우 라임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 부담이 2분기에는 적다는 점에서 1분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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