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신한銀 원화대출 증가에도 이자이익 증가율 모두 하락
은행권 “기준금리 더 인하되면 수익 정체될 수도”

4대 시중은행 로고. / 사진=연합뉴스

금융권에서 ‘저금리의 저주’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 영업력을 키워 대출을 늘려도 이자이익이 증가하지 않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저금리·저성장이 계속 이어지면 은행권의 수익 창출도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2조847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1.5% 증가한 9324억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 증가율(7.1%)과 비교하면 순익 증가율이 하락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도 비슷한 상황이다. 두 지주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각각 12.5%, 8.8% 줄어들었다. KB금융의 올해 순익 감소율은 전년도(12.6%)와 비슷했고, 우리금융의 순익 감소율은 전년도(3.5%)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각 지주사를 살펴보면 올 1분기 들어 대출채권은 대부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기업 등의 기업대출이 특히 증가했다. 하지만 금융사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계속 줄어드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원화대출 분기 성장률을 보면 올 1분기 은행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에 비해 4.2% 증가한 280조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증가율(3.0%)보다 높았다. 가계대출은 전월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전년 말 대비 3.2% 증가한 152조원을 기록했다. 기업대출은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자금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전년 말에 비해 5.5% 증가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의 순이자마진 추이. / 그래프=시사저널e

하지만 국민은행의 순이자이익은 이런 대출 증가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올 1분기 순이자이익은 1조6375억원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대출채권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전년도 순이자이익 증가율(5.9%)보다 못한 성적을 낸 것이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순이자마진을 보면 각각 1분기에 1.84%, 1.56%를 기록했다. 두 수치 모두 전년 같은 기간보다 0.14%포인트, 0.15%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 KB금융은 “기준금리 인하 및 안심전환대출 취급에 따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신한금융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올 1분기 신한은행의 원화대출금은 231조원으로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1.8% 증가하는 동안 중소기업 대출이 2.3% 증가했고, 대기업 대출이 12.9%로 크게 늘어났다. 반면 이자 부문 이익은 3.8% 증가한 1조478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이자이익 증가율(5.1%)보다 못한 수준이다. 

신한금융의 NIM은 1.86%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0.21%포인트 떨어졌다. 신한은행은 1.41%로 1년 전보다 0.20%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업계에선 코로나 이슈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기 활성화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한은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럴 경우 은행들의 순이자마진 추가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의 정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 0%대 영역에 진입했다”며 “4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 충격과 저물가 대응 등을 위해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인하되면서 NIM이 더 떨어졌다”며 “여기에 라임 등 파생상품 논란과 불완전판매 이슈가 은행권에 터지면서 갈수록 은행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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