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vs 경쟁입찰’ 조합·비대위 간 내홍 심화···건설사 OS요원 간 폭력사태까지 벌어져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조감도 / 사진=서울시

서울 강북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불리는 갈현1구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시공사 선정 방식을 두고 조합 내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데다 건설사들의 OS요원(외주 홍보직원) 간 폭력사태까지 벌어지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8개월째 끌어온 시공사 선정 일정이 또 다시 지연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은 시공사 선정을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곳은 지난해 8월부터 경쟁 입찰로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아 왔으나 입찰이 두 번 유찰되면서 사업이 지연돼 왔다. 첫 번째 입찰에선 현대건설이 입찰 지침 등을 위반해 입찰이 무효화돼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았고, 두 번째 입찰엔 롯데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조합은 사업 지연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롯데건설과의 수의계약을 추진 중이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시공사 선정 과정만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더 늦기 전에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을 끝내자는 쪽으로 조합 집행부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사업이 늦어지더라도 경쟁 입찰을 통해 시공사 선정을 원점에서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쟁입찰이 아닌 조합원 찬반투표로만 진행되는 수의계약 방식은 건설사 간 경쟁이 없어 사업 제안 조건이 건설사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따라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의 비상대책위원회격인 ‘갈현1구역 바른재개발 모임’은 조합원들에게 수의계약을 반대하는 서면결의서를 받고 있다.

갈현1구역의 한 조합원은 “건설사들이 제안한 조건을 비교해보기도 전에 긴급 대의원회를 열어 현대건설의 입찰을 취소하는 등 조합 집행부가 일방적인 결정을 하면서 조합원들 사이에 불만이 있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시공사 총회 일정이 늦춰짐에 따라 차라리 다시 입찰하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사이에 경쟁 입찰 의견이 급부상한 것은 지난해 10월 갈현1구역 조합으로부터 입찰자격을 박탈당한 현대건설이 입찰에 재참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다. 현대건설은 지난 17일 조합 측에 보낸 공문을 통해 ‘입찰자격 박탈 취소’와 ‘입찰보증금 1000억원 반환’을 요청했다. 아울러 “조합에서 당사의 입찰자격 박탈을 취소하고 일반 경쟁 입찰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면 동 보증금을 당사의 입찰 시 입찰보증금으로 전환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를 위해 현대건설은 최근 OS요원을 통해 대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조합이 수의계약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내홍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조합은 현대건설로부터 공문이 온 당일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을 수의계약으로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내일(28일) 열리는 대의원 회의까지 통과하면, 다음 달 개최 예정인 시공사 선정 총회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대의원 회의나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수의계약을 반대하는 표가 더 나온다면 시공사 선정 방식을 다시 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외부에서는 건설사 직원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갈현1구역에서는 조합에서 고용한 홍보감시단과 현대건설 측 OS요원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대건설 측 OS요원은 차량에 혼자 타고 있는 상황에서 10여명의 홍보감시단으로부터 위협을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재 홍보감시단을 롯데건설 측 용역회사 직원으로 파악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현1구역은 갈현동 300번지 일대 약 23만㎡의 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을 헐고 지하 6층~지상22층, 32개 동, 4116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9200억원 규모로 한남3구역에 이어 서울 강북 지역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불린다. 조합원수는 267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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