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김선민 외 靑·정부 등에 다수 포진···일각에선 부작용도 우려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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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 등에 상당수 포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훌륭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지만, 일각에서는 특정 학맥이 요직을 점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제10대 심평원장에 김선민 심평원 기획상임이사가 임명돼 취임 후 정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신임 김선민 심평원장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예방의학과)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의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지난 1998년부터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수석연구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 원장의 경력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지난 1996년 3월부터 1998년 2월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에서 전임의로 활동한 것이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은 지난 1987년 신영수 교수와 김용익 교수(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가 설립했다. 의료관리학교실은 보건의료를 연구 대상으로 의학과 사회과학 및 인문과학 분야 지식과 방법론을 활용해 보건의료 제반 현상을 분석하며 기전을 이해하고 구체적 대안을 개발하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김용익 교수가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된 후 의료관리학교실 출신들이 전성기를 누린 적이 있었다. 이어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설계한 김 교수를 필두로 의료관리학교실 출신 인사들이 각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수장인 김 교수가 현재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활약하는 것 외에도 김 원장, 이진석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장,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 등 의료관리학교실 출신들이 여러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료계에도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와 윤석준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이상이 제주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등 다수가 있다. 심지어 이번 심평원장 공모에서 김 원장과 경합했던 이상일 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이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 곳곳에서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출신들이 활발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인물 개개인을 놓고 보면 능력이나 실력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지만,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특정 학맥이 특정 분야 요직에 집중돼 있을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 A씨는 “과거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코드 인사가 되풀이될 경우 특정 학맥을 제외한 의견이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과거 의약분업 사태에서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이 정책에 관여한 것은 의료계 인사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 B씨는 “결국 김윤 교수가 포기하고 김선민과 이상일 등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이 경쟁한 것이 심평원장 인선 구도였다”며 “특정 학맥이 주도할 수는 있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생각이 유사한 동질적 그룹이 정책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 C씨는 “코드 인사라는 비판도 있지만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같이 일을 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면서 “능력이나 실력이 없다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특정 학맥을 비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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