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자, 국내에서 학창시절 보내고 외국주소로 국적이탈 신청
가족 생활기반도 국내에···법원 “사회적 위화감, 병역자원 유출” 강조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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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보낸 복수국적자가 신청한 국적이탈 신고를 반려한 처분은 적법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국적이탈 신고만을 위해 외국으로 주소를 옮긴 ‘꼼수’를 지적하며, 신청자는 병역 이행 후 국적이탈을 재신청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복수국적자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01년 미국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대한민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 대한민국 복수국적자다.

A씨는 출생 이후 미국에서 거주하다 2006년 부모와 함께 국내로 귀국했다. 국내에서 학교를 다녔고 2019년 1월 국적이탈 신고를 할때에도 국내의 한 외국인학교에 재학중이었다.

A씨는 국적이탈신고를 위해 미국에 거주하는 친인척의 거주지에 주소등록을 한 뒤 해당 주 총영사관에 신고를 했다. 신고 후 A씨는 국내로 돌아와 이 외국인학교를 졸업했다.

법무부장관은 2019년 9월 ‘원고가 국내에 생활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이유로 국적이탈신고를 반려했다. 국적법 제14조에 따르면 복수국적자로서 외국국적을 선택하려는 자는 ‘외국에 주소가 있는 경우’에만 국적이탈 신고가 가능하다.

A씨는 신고 당시 주소가 외국에 있었고, 미국 대학에 진학할 계획이기 때문에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신고 전까지 생활을 국내에서 하다가 단지 국적이탈 신고만을 위해 임시로 주소지를 미국에 등록했을 뿐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먼저 “국적법은 실제 국내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자에 대한 대한민국 국적 이탈을 제한하고자 국적이탈신고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 왔다”며 “국내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자의 국적이탈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을 해소하고, 병역자원의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개정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 신고당시 미국에 생활근거와 기반을 두고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단지 국적이탈 신고만을 위해 임시로 주소지를 미국에 등록했을 뿐이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신고 당시 고등학생일 뿐이어서 독립된 소득을 얻지 못하고 부모와 생계를 같이 했다. 원고의 아버지는 2006년 조부가 서울 서초에서 운영하는 회사 업무를 보조하다가 2012년 대표자 사내이사로 취임해 현재까지 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며 “원고의 가족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대부분의 기간을 국내에서 소득활동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병역의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는 국적법에 따라 병역의무를 해결한 뒤 다시 국적을 선택해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있다”며 “원고가 미국 대학에 진학하고, 가족 모두 미국으로 이주할 계획이라는 사정을 고려더라도 국내에서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보내며 생활한 원고에게 병역의무를 이행한 뒤 국적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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