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차 현장점검 진행 중···업계, 상반기 중 승인 완료 전망
아주캐피탈·유안타증권 등 매물 거론···“다각도로 검토 중”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종합금융그룹 체제 구축을 위한 우리금융그룹의 M&A 사업이 점차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의 M&A 사업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왔던 표준등급법 적용 문제가 올 상반기 중으로 해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승인 이후 표준등급법이 적용되면 우리금융의 BIS자본비율이 2~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우리금융은 증권사나 보험사 등 대형 M&A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주요 매물로는 아주캐피탈과 유안타증권, 메트라이프생명 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우리금융이 추가 매물을 기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 지난해말 기준 BIS비율 11.89%···내부등급법 적용시 2~3%p 상승

24일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내부등급법 모형 적용 여부의 적합성을 판단하기 위한 우리금융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미 금감원은 지난 9일과 10일 양일 간에 걸쳐 한 차례 현장점검을 진행한 바 있다. 내부등급법 적용을 위한 금감원의 현장 점검은 일반적으로 사전 조율을 거친 후 이뤄지는 최종 확인 작업의 성격을 가진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중에 우리금융이 내부등급법 적용을 승인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부등급법은 은행이나 은행계 지주회사가 BIS자본비율을 산출할때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구축한 신용평가모형과 리스크측정요소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감독당국의 승인 하에 적용이 가능하며 바젤위원회 기준을 따르는 표준등급법에 비해 BIS자본비율이 높게 측정된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3개 지주사는 내부등급법을 적용받고 있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사 전환 전 우리은행 시절 내부등급법을 사용한 경험이 있지만 신설 회사기 때문에 지난 1년간 표준등급법의 적용을 받아왔다. 지난해말 기준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11.89%로 규제비율 하한선인 11.5%에 근접해 있다. 신한금융(13.90%)과 KB금융(14.48%), 하나금융(13.95%)에 비교해도 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출범 당시만 해도 올해 3월쯤 내부등급법 적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점검이 늦어져 내부등급법 적용도 다소 지연됐다.

낮은 BIS비율로 인해 우리금융은 지난 1년 동안 금융그룹 출범 이후에도 종합금융그룹 체제 구축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M&A에 성공한 우리자산운용(옛 동양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옛 ABL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옛 국제자산신탁)은 모두 중소형 금융사로 세 회사의 순익 합은 363억원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금융사 매물 증가 전망···“대형사 M&A 서두를 필요 없어” 조언도

만약 시장의 예상대로 올 상반기 중에 내부등급법 승인이 완료되면 BIS자본비율이 2~3%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금융의 대형사 M&A 시도도 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 올해 초 우리금융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M&A 사업과 해외IR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은행장과 회장을 분리하기도 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매물은 아주캐피탈이다. 우리금융은 현재 아주캐피탈의 최대주주 웰투시제3호투자목적회사(74%)를 통해 아주캐피탈의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37%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가 오면 언제든지 매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면 아주캐피탈의 100% 자회사 아주저축은행까지 그룹에 함께 편입할 수 있다. 지난해 아주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1016억원으로 전년(910억원)대비 11.65% 증가했으며 자산도 620억원에서 747억원으로 20.48% 늘어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권사 중에서는 유안타증권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유안타증권의 지난해 순익은 785억원으로 전년(935억원) 대비 실적이 16.04% 악화됐다. 올해에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돼 대만 유안타그룹이 그 전에 유안타증권을 매물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서명석, 궈밍쩡 공동 대표체제가 궈밍쩡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됐다는 점 역시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20.17%나 감소한 메트라이프생명도 M&A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대형사 M&A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국면 이후 금융사 매물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지켜본 후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특히 보험사 쪽에서 매물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며 “시기에 따라 동일한 매물도 조금 더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증권사 역시 점차 온라인 영업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규모보다는 자금력, 인재 보유 현황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 될 것”이라며 “대형사 M&A에 집찰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측 관계자는 “내부등급법 관련 현장 점검 상황이나 승인 시기 등은 감독 당국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M&A 등 관련 언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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