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유튜버’에서 시작된 의혹, 민경욱 의원 재검표 제안도
중앙선관위, 의혹 반박·강경 대응 입장 밝혀···정치권, ‘불가능한 의혹’ 중론
전반적 정치 문화 악영향 우려 목소리···“‘의혹 제기’ 윤리강령 등 마련돼야”

지난 22일 인천범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서 부정선거 사례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인천범시민단체연합 회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서 부정선거 사례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4·15 총선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마무리된 가운데 ‘부정투표 의혹’이 재차 고개를 들고 있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 매 선거 때마다 ‘부정투표 의혹’은 매번 등장했지만 모두 의혹에만 그쳐왔던 만큼 ‘아님 말고식’의 부정투표 의혹 제기에 대한 제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이번 총선의 ‘부정투표 의혹’은 이른바 ‘보수 유튜버’들의 입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사전투표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 표차가 크다는 점과 일부 지역구에서는 1, 2위 후보들의 관외·관내 사전 득표율의 수치가 석연치 않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서울·인천·경기 지역 사전투표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의 평균 득표율이 ‘63대 36’의 일정 비율을 유지한 점을 강조하며 해당 투표 결과가 조작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의혹 제기는 민경욱 통합당 의원이 동조하며 정치권의 이슈로 부상했다. 앞서 민 의원은 이번 인천 연수구을 지역구 선거에서 4만9913표를 받는 등 선전했지만, 정일영 민주당 후보(5만2806표)에 패배했다. 두 후보자 간 득표율 차이는 2.29%포인트였다.

민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에서 부정선거 사례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어 증거 보전 신청과 재검표 등을 추진하겠다”며 “청와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울·경기·인천 지역 선관위의 공정한 답변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23일에도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선거 결과 관련해 제기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하는 것도 민주주의가 그 건강한 가치를 영원히 가져가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며 “모든 모욕을 감수할 것, 수개표로 재검만 해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부정투표 의혹’ 해소를 위해 자신이 출마했던 지역구를 포함한 약 10개의 지역구 투표에 대한 ‘공개 수개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보증금이 필요하면 그 돈을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 의원의 주장은 사전투표함이 4일 이상 CCTV가 없는 장소에서 보관됐고, 또한 43개의 지역구의 관외·관내 사전투표 득표율 99% 이상 일치, 너무 큰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의 민주당·통합당 득표 비율 차이 등을 볼 때 ‘부정투표’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보수 유튜버’들과 민 의원 등이 제기한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의혹 제기가 지속될 시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총선의 투·개표를 관리하는 데에는 전국적으로 30만여명이 참여했으며 부정이 있다는 건 선거 관리과정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조작에 가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확한 근거 없이 무모한 의혹만으로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사회 분위기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선 당사자 및 관련자 고발 등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경고와 함께 선관위는 전국 구·시·군선관위에서의 관내사전투표함 보관상황이 녹화된 CCTV 영상을 보관하고 있어 영상 확인 요청 시 공개할 예정이고, 투표함 교체, 투표지 파쇄 등 의혹들은 전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직선거법 제186조에 따라 이번 총선의 투표지, 투표록, 개표록, 선거록 등 선거 관련 서류를 보관하고 있는 만큼 선거에 이의가 있다면 선거소송을 제기해 의혹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과 통합당 후보 간 평균 득표 비율이 일정한 것과 관련해서도 “양당 외 정당 추천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득표를 제외하고 일부 지역에서 두 정당의 득표율만을 비교한 수치로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며 “전체 선거구 253곳 가운데 11곳(4.3%)만이 같은 비율”이라고 말했다.

‘부정투표’, ‘투표 조작’ 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힌 것으로, 이는 민주당은 물론 통합당 내부에서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특히 통합당은 섣부른 ‘부정투표 의혹’ 제기가 ‘총선 불복’으로 비춰질 수 있어 경계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SNS를 통해 “사전투표 선거 부정 시비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통합 이 투표 조작 괴담에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총선으로 죽은 당이 괴담으로 두 번 죽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하 의원은 ‘투표 조작 괴담 퇴치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보수 유튜버’와 민 의원 등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개표 보증금, 선거소송 비용 등을 제기하기 위한 펀딩 작업까지 진행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의 경우처럼 신중하지 못한 ‘부정투표 의혹’ 제기는 전반적인 정치 문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이나 명백한 증거 없이 부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저 ‘질 리가 없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CCTV는 물론 투표 관련 모든 자료들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고 있고, 여야 선거관리위원들이 함께 작당했을 가능성도 없는데 너무 무모한 주장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는 전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한 의혹은 분열과 갈등만을 가져오고, 정치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를 해할 수 있다”며 “의혹 제기를 제재하는 법안 마련을 주장하는 의견들도 있지만, 이는 자칫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만큼 여야 정치권이 합의하는 형태의 ‘의혹 제기 윤리 강령’ 등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대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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