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국 아들 근무시간 특정 못 해 피고인 측에 되물어
공소사실 불분명한데 기소부터···‘기소권 남용’ 지적 일어

☞2020년 4월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418호 법정)

검사 “석명(사실을 설명해 내용을 밝힘)한가지만. (인턴활동) 누적 시간이 16시간이라고 했는데, 10개월 동안 16시간만 했다는 취지인가요?”

판사 “(변호인 측) 의견 중에서 시간을 좀 더 구체화해달라는 건가요?”

검사 “취지를 말해달라는 겁니다”

판사 “공소사실 자체는 총 16시간이라는 건가요?

검사 “(인턴)확인서에 그렇게 기재됐다는 것을 인용하기 위한 것인데”

판사 “그게 몇 시간인지 자체는 공소사실에서 확정한 건 아니라는 거죠”

검사 “네. 10개월 동안 16시간 했다고 주장하시는 건지. 그 부분을 (변호인 측이) 좀 명확히 해주셨으면”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하지도 않은 채 기소권을 행사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의 업무방해 혐의 1차 공판기일에서 드러난 이야기다.

이날 검찰은 변호인에게 공소사실이 맞는지 확인을 요청했다. 공소사실 입증책임이 있는 검찰이 재판과정에서 피고인 측에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촌극’은 검찰이 조 전 장관 아들에게 발급된 2장의 인턴활동 확인서 중 ‘매주 2회 총 16시간’의 의미를 특정하지 못한대서 비롯됐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 전 비서관 명의로 2017년 10월 11일에 발급된 인턴활동 확인서(1차 확인서)에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2017년 1월 10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2회 총 16시간 일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그런데 2018년 8월 7일자 확인서(2차 확인서)에는 4개월 기간을 더해 “2017년 1월 10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 주당 8시간씩 46주간 총 368시간 일했다”는 내용이 있다.

검찰은 1,2차 확인서가 말하는 내용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 최 전 비서관을 기소했다. 하지만 ‘매주 2회 총 16시간’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매주 16시간을 했다는 것인지, 10개월 기간을 모두 합해 총 16시간을 했다는 것인지 특정하지 못한 것이다. 검찰은 공소사실 중 불분명한 부분을 재판에 돌입하고 나서야 확인하려고 했다. 피의자 소환조사 없이 서면조사만으로 이뤄진 기소가 예고한 결과였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사실관계도 확정하지 않은 채 최 전 비서관을 기소했을까.

과거로 돌아가 보자. 검찰이 최 전 비서관을 기소한 시점은 지난 1월 23일이다. 이날은 검사 인사발표가 예고된 날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인사발표 30분 전 검찰의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공직비서관을 소환조사 조차 하지 않은채 재판에 넘겼다.

당시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본인 대면 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반대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은 송경호 3차장 검사가 기소를 강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최 전 비서관이 소환에 불응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 전 비서관은 자신이 받은 출석요구서가 피의자용이 아닌 참고인용이었다고 주장하며 3장의 출석요구서 실물을 공개해 논란이 커졌다. 최 비서관은 또 사건번호란에 검찰이 입건되지 않은 사건에 부여하는 ‘수제’ 번호가 기재돼 있다며, 입건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형제’ 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최 전 비서관은 나아가 조 전 장관 아들과 딸에게 발급된 인턴 확인서가 여러 장인데 왜 자신만 기소했느냐고 검찰에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이 차별적이고 선별적인 기소를 했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의심할만한 사례는 또 있었다.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종료 직전 그의 아내 정경심 교수를 소환조사 없이 기소한 것이다. 검찰은 공소시효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사결과 공소시효는 남아있었고, 나중에서야 공소장변경을 신청했다.

최 전 비서관의 사례에서도 검찰은 공소사실 변경 신청을 할까? 이는 공소권 남용일까?

최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검찰이 공소사실을 다시 정리하거나 공소장 변경신청을 할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공소사실을 바꾸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인턴 확인서만을 근거로 기소한 검찰에게 다른 근거가 없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공소장 변경신청은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검찰이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못한 채 기소했다면 공소권 남용이고, 당연히 공소가 취소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