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노조위원장 “KB생명 노조 자체가 없어 대신 주도”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 요구…KB손보 측 “성명서 사실관계 틀려”

KB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KB금융그룹/사진=연합뉴스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둘러싼 KB금융의 노사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10개 지부로 이뤄진 KB금융 노조 협의회(이하 KB노협) 중 KB손보 노조가 가장 적극적으로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 사장은 KB금융의 보험부문장으로서 푸르덴셜생명 인수 작업과 향후 운영 등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노사갈등 해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KB손보 측은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면 반박하고 있다.

지난 22일 KB노협은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와 관련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성명에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손해보험지부, KB증권지부 등 10개 지부가 참여했다.

KB노협은 “KB노협의 지속적인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윤종규 회장과 KB금융지주 이사회는 푸르덴셜생명보험 주식 100%를 2조2650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며 “장기적으로는 ‘승자의 저주’까지 우려되는 시장의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과도한 재무 부담에 대해서는 오롯이 KB금융그룹 임직원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KB노협에 따르면 KB금융이 결정한 인수가격으로 환산한 푸르덴셜생명보험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78배로 삼성생명(0.22배)의 3.5배 수준이다. 지난 2007년 11만건이 넘던 신계약건수도 최근 3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KB노협은 “오는 11월 윤종규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무리한 M&A를 통해서라도 3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KB노협의 이번 활동은 KB손보 노조가 중심이 돼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그룹 전체와 관련된 이슈는 보통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노조가 주도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또한 생명보험사가 아니기 때문에 KB손보의 노동자들은 푸르덴셜생명 인수로 인해 고용안정이 위협받을 우려도 없다.

이와 관련해 이대성 KB손보 노조 위원장은 “KB생명은 규모가 작고 노조 자체도 없다”며 “ 때문에 (사측이) KB생명의 노동자들과 논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생보사와 손보사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같은 보험계열사로서 손보 쪽에서 적극 대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KB손보 노조는 지난달 열린 KB금융 주주총회에서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의 적정성 여부를 지적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KB금융 내 우리사주 조합이 1.1%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며 “주주 순위로는 6~7위 정도 되기 때문에 인수 과정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들을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막연한 당위성이 아닌 구체적인 자료를 가져와 설명을 해달라”며 “현재 이사회 회의록 공개를 요청해놨는데 공개 여부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KB손보 측은 “KB노협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KB손보에 따르면 상장사의 시장 PBR은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회사와는 가치에 차이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했을 당시 인수가(2조2989억원) 기준 PBR은 1.08배 수준이지만 현재 적정 가격에 인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생보사의 시장 PBR은 최근 역사적 저평가 시기로 타업종 대비 매우 낮은 PBR을 보이고 있다.

인수가격은 회사의 실질가치 측정을 위한 EV(내재가치) 평가를 통해 산정하게 되며 국내 생보사의 인수가격 기준 거래배수는 과거 0.94~1.68배로 푸르덴셜생명 인수가격 대비 높은 편이다. 신계약 건수 감소 문제 역시 노조 측에서 제시한 3년치 자료가 반년 기준으로 잘못 측정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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