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앞다퉈 보장성 강화···“운전자보험 가입 문의 늘어”
보장금액 확대에 보험사기 증가 우려
“벌금 관련 보험사기 우려는 없어”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표지판이 설치돼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표지판이 설치돼있다./사진=연합뉴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인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보장성을 강화한 운전자보험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확대된 보장내용에 따라 운전자보험 관련 보험사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손보사들이 보장내용을 강화해 출시한 운전자보험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DB손해보험이 지난 1일 보장을 강화해 출시한 ‘참좋은 운전자보험’은 출시 22일 만에 16만건 판매돼 36억원의 신계약 실적을 기록했다. 해당 보험은 피해자가 전치 6주 미만의 사고를 당하면 관련 형사합의금을 300만원 한도로 지원한다. 운전자보험에서 전치 6주 미만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을 보장하는 상품을 선보인 것은 DB손보가 최초다.

KB손해보험이 출시한 운전자보험 신상품인 ‘KB운전자보험과 안전하게 사는 이야기’도 지난 1일 출시 이후 12영업일 만에 가입 건수 10만건을 돌파했다.

KB손보는 지난달 25일부터 스쿨존 사고에 대한 자동차사고벌금 보장을 최대 3000만원까지 확대한 특약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업계에서 판매 중인 운전자보험 중 유일하게 ‘페이백(Pay-Back)’ 기능을 탑재해 독창적인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KB손보 측 설명이다.

페이백 기능이란 자동차사고로 인해 부상등급 1~7급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은 경우 등에 대해 추후 납입해야 하는 보장보험료를 면제해주는 ‘보험료 납입면제’ 기능과 함께 이전에 납입한 보장보험료를 환급(페이백)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이외에도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MG손해보험 등도 이달부터 보장금액을 확대해 벌금 최대 보장 한도를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운전자보험 가입 문의가 확연히 늘었다”며 “이번 달 운전자보험 신계약 건수가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러한 보장성 확대로 일부 보험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88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828억원) 증가했다. 보험사기 적발 인원도 9만2538명으로 2018년보다 16.9%(1만3359명) 늘었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2015년 이후부터 계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해 증가폭은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보험종목별로 보면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 인원이 57.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고려하면 유사 영역인 운전자보험에 대해서도 사고 피해를 과장하거나 사실을 왜곡해 형사합의금을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보험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사기는 불필요한 보험금 지출을 늘려 손보사의 손해율에 악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론 손해율 상승이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해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고의로 사고를 내고 운전자보험을 통해 형사합의금을 주고받는 사례는 운전자보험에 대한 보험사기로 볼 수 있겠지만 형사 합의에 대한 보장내용은 이미 이전부터 있었고 민식이법 시행에 따라 달라진 부분은 없다”며 “민식이법 시행으로 달라진 내용은 벌금 한도가 기존 최대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됐다는 점인데, 벌금 비용 지급을 위해선 경찰서에 스쿨존 사고 신고가 이뤄져야 하고 법원으로부터 벌금 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결받지도 않은 금액에 대해 보험금을 청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벌금과 관련한 보험사기가 일어날 여지는 없다”며 “손해율 역시 기존에 없던 보장내용을 새롭게 신설한 게 아니라 보장한도를 늘린 것이고 모든 벌금형이 최대한도인 3000만원까지 구형되는 게 아니다 보니 손해액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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