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인천공항 임대료 감면·면세 재고 유통 채널 통해 판매 등 요구
관세청 “세부적으로 검토 중”···과거 사드 때처럼 원론적 입장 고수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한산하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한산하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면세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추가 지정하면서 면세업계는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다만 면세업계는 남아 있는 임대료, 재고품 판매 등의 세부 과제를 정부가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2일 5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그간 제외돼 왔던 면세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에 추가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분류되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간이 늘어난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휴업할 경우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의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 면세업계 “매출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재고품 한시적 판매 요청”

특히 면세점은 70%가량이 공급·협력업체로 구성되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 지원이 절실했다. 또 이 제도는 휴업을 해야 고용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요즘 같이 장기 휴업하고 있는 면세업계에 필요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면세업계가 주장하는 재고품을 한시적으로 내국인에게 판매하는 것과 인천공항 임대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해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만 수조원대로 알려졌지만, 현행 규정에 따르면 팔리지 않고 남은 면세품은 시중으로 유통할 수 없다. 전부 소각 등 폐기 처리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면세업계는 “코로나19로 매출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재고까지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가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내국인에게 팔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면세점 총 매출은 1조1026억원으로, 전월(2조248억원) 대비 46% 급감했다. 전년 동기(1조7416억원)와 비교해도 36.7%나 감소했다. 유럽과 미국 등의 해외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달에는 매출이 90%나 급감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면세점은 직매입 구조로 항상 재고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경우 팔리지 않은 이월 상품을 아울렛 등올 처리할 수 있지만 면세점들은 재고가 발생하면 판매사와 협의해 반품하거나 할인율을 크게 높여 판매해왔다. 올해 역시 할인율을 높여 판매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구매할 사람이 없는 상태다.

업계는 정부에 관련 규정을 개정해 국내 통관을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유통 채널로는 백화점, 아울렛을 거론했다.

문제는 규정 개정과 판매 방식 및 가격 책정 등이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백화점과 아울렛에 내수용 상품을 파는 업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일단 관세청은 세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논의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7년 중국 사드 보복 당시에도 면세업계는 면세품의 국내 유통을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바 있다.

◇ 높은 인천공항 임대료에 계약 체결 시기 미루는 업계 많아져

임대료 관련해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와 면세점 사업자들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입찰에 나온 10곳 중 7곳이 유찰된 가운데, 시티플러스 면세점마저 보증금 부담에 계약 체결 시기를 미루면서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기업 롯데·신라면세점도 인천공항 사업권을 포기했다. 대기업 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사업의 우선협상자가 된 후 매장 운영을 포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면세점은 DF4(주류·담배), 신라면세점은 DF3(주류·담배) 사업권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계약 체결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자 오는 9월 인천공항 4기 사업자로 문을 열 수 있는 곳은 현대백화점그룹이 따낸 DF7(패션·잡화)구역과 엔타스듀티프리의 DF10구역(주류·담배) 두 곳 뿐이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공사가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하지 않고 임대료를 매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공항의 경우, 미국은 코로나19 지원으로 임대료 매출 연동제를 도입했고, 동남아시아도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오는 7월까지 고정 임대료의 50%를 감면해 준다. 홍콩 첵랍콕 공항은 올해 3~5월 임대료의 70%를, 6월은 50%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공항들도 임대료 인하 정책을 펴고 있는데, 국내도 면세업계의 손실을 이해해 비슷한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여객감소로 상업시설 뿐만 아니라 공사 역시 적자가 우려돼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라고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공사는 사업자 어려움을 공감해 적자가 우려됨에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대규모 임대료 감면을 시행했다”며 “추가적인 지원규모는 공사 재무수지, 정부재정 부담(국민 부담) 등 합리적으로 판단해 사회·국가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함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 “공항산업 생태계 붕괴방지, 고용안정을 위한 상생발전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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