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기록부상 투약량 기록이 원칙···병원, 투약량 적은 별지 ‘분실’ 주장
경찰, ‘폐기’ 전제로 수사했으나 허탕···“분실은 처벌 조항이 없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3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호텔신라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뒤 주총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3월 19일 오전 서울 중구 삼성전자 장충사옥에서 열린 호텔신라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한 뒤 주총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을 내사처분한 배경은 이 사장의 진료기록부상 프로포폴 투약량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투약량을 알아야 오남용 또는 불법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병원 측은 별지로 남겨놓은 기록을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폐기’를 전제로 수사를 진행했으나 별다른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사장의 프로포폴 오남용 근거와 불법투약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내사종결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 2016년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미용시술을 6차례 받았다. 경찰은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수술)와 무관한 일반적인 미용시술이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먼저 이 병원의 2016년 마약류관리대장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법률상 보존기한이 2년인 대장은 이미 폐기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의사와 간호조무사에게 프로포폴 투약량을 확인했으나 ‘대동소이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이 사장의 진료기록부에 기록된 프로포폴 투약량을 확인하려고 했다. 프로포폴을 투약할 경우 그 수치를 기록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병원 측은 진료기록부에 투약량을 적지 않고 별도의 기록지(별지)에 투약량을 기재했으며, 이 별지는 분실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별지) 분실 주장에 대해서 폐기로 보고 계속해 압수수색을 했고, 다른 곳에 숨겨놨는지 은닉했는지 폐기했는지 수사했다”며 “(그러나) 직접증거를 못 찾았다. 분실에 대해서는 처벌 조항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프로포폴 투약량이 기재가 되지 않은 환자가 이 사장을 비롯해 총 4명이었다”며 “다른 환자들의 프로포폴 상습투약 부분도 수사했으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와 이 사장의 진술이 있고, 확보한 진료기록부상에도 미용시술 중 프로포폴을 사용했다는 부분은 확인이 된다”면서도 “(이들의 주장을 뒤집어서) 거짓이라고 입증할 만한 증거들을 저희가 찾지 못했다. 의료행위 중 프로포폴 투약이 오남용인지 확인할 수 없어 내사종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의혹제기 1년여 만에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할 내용이 확보가 안 돼 있어 (1년간) 소환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2016년 서울 강남구 한 성형외과 간호조무사로 일했던 A씨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장이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사장은 호텔신라 커뮤니케이션팀을 통해 “지난 2016년 왼쪽 다리에 입은 저온 화상 봉합수술 후 생긴 흉터 치료와 눈꺼풀 처짐 수술, 소위 안검하수 수술 치료 목적으로 해당 병원을 다닌 적은 있지만 보도와 달리 불법 투약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경찰은 이 성형외과 원장이 다른 환자의 진료기록부를 기재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하고 의료법위반 혐의로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간호조무사 2명도 함께 입건됐으나 이들에게는 관련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기소의견을 달아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원장의 의료법 위반 혐의는 이 사장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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