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울산, 경상도, 제주, 세종시 등 지방 대다수 지역 3월 공급물량 ‘제로’
지각물량 더해지며 2분기 분양물량 급증···경쟁력 못갖춘 사업장 차질 우려도

코로나19로 분양일정을 연기한 중소건설사들이 늘어나는 금융비용, 2분기 대형건설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계약율이 낮아질 것 등을 우려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코로나19로 분양일정을 연기한 중소건설사들이 늘어나는 금융비용, 2분기 대형건설사와의 경쟁에서 밀리며 계약율이 낮아질 것 등을 우려하고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분양일정을 미루면서 물량을 움켜쥐고 있는 중소건설사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구축 주택시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만큼 분양시장 역시 분위기가 다르지 않을 게 예상돼서다.

일각에서는 올 1분기 분양성과가 좋았던 만큼 앞으로 분양할 물량들도 시장에서 소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당초 계획대로 분양을 진행한 사업장은 수도권 요지이기 때문에 1분기 청약 성과는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수도권 외곽이나 기타 지방의 경우 수요층이 단단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지역별, 지역 내 분양성적의 차이가 벌어지고 결국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기업도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분양물량은 1만592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계획물량으로 잡혔던 3만3433가구에 견주어보면 실제 공급물량은 예정물량의 47%에 불과하다. 서울이나 경기, 인천, 대구 등 입지를 보고 청약하는 지역은 견본주택이 없이도 대기수요 많아 청약을 그대로 진행했다. 반면 광주, 대전, 울산, 경상도, 전라북도, 제주도, 세종시에서는 분양 물량이 단 한 건도 없는 등 견본주택 개관이 필수인 지방은 연기가 속출했다.

건설사는 분양을 한 달만 연기하더라도 수억 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제 때 계약금을 회수하지 못해 사업비 충당에 차질이 생긴 건설사는 회사 경영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중소건설사는 대형건설사에 비해 높은 이자율과 낮은 대출한도로 충분한 자금조달이 어려운 구조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출수요가 급격히 몰려 중소기업들의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충청도에 연고를 둔 A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총선 시즌에는 선거 열기에 분양마케팅이 묻힐까봐 분양을 기피한다. 코로나19와 총선으로 밀린 분양물량이 이제 전국에서 쏟아질 태세를 갖췄다. 지각 분양에 따른 수억 원의 금융부담은 물론, 대형사와의 대결에서 밀려 계약률까지 저조하다면 사업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세도 줄어들며 올 2분기 전국에서 분양예정인 단지는 11만7000여 가구에 달한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올해 보다 좋았던 작년 2분기 9만2775가구 보다 26%나 많은 수준이다. 대형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4~6월 3달 동안 10대 건설사가 분양할 예정인 단지는 5만5000여 가구로, 이는 1분기와 비교했을 때 8배가 늘어난 규모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이하 HSSI)는 52.2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4.5%p 하락하며 조사 이래 최초로 50선을 기록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분양일정에 차질이 생기고, 향후 분양계획 홍보전략 등 사업계획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분양사업 경기에 대한 침체인식이 강화된 영향이다. 특히 서울, 인천, 경기의 경우 기준선인 100에 크게 하회했지만 지난달 수준의 61~66 정도를 가까스로 유지한 반면 대구는 51, 지역경제 기대감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울산은 42까지 주저앉았다. 이달 예상 분양률도 광역시 권역은 70%대, 제주와 강원 등 지방권은 그보다 낮은 50~60% 수준에 머물렀다.

공기지연 및 공사원가 상승으로 인한 건설사와 발주자와의 치열한 분쟁이 예상된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B건설사 관계자는 “현장관리와 보전을 위한 비용, 일부 현장은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증가 등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이 같은 문제가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라며 “체감하는 건설경기는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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