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1분기 순익 23% 감소···2016년 이후 처음
4대 금융지주 순익도 최대 10% 이상 감소할 가능성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지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지점 모습. / 사진=연합뉴스

올 1분기 은행권의 순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은행이 이미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한 순익을 거뒀다고 발표함에 따라 다른 은행의 실적 악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점들이 일시 폐쇄되고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로 인하되면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특히 2분기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은행권의 순익 감소가 점차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수협 1분기 순익 20%대 감소···시중은행도 피하기 어렵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Sh수협은행은 지난 1분기 세전당기순이익이 6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에 비해 23.8%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수협은행의 1분기 실적이 20% 이상 감소한 것은 지난 2016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분리된 후 예금·대출·카드 등 일반 금융업무를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수협은행은 매년 1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증가해 왔다. 2017년 3월 말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익은 470억원, 2018년 3월 말엔 752억원, 2019년 3월 말엔 795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큰 성장을 이뤄냈다. 

올해 수협은행 순익이 급감한 것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동빈 수협은행장도 지난 17일 2/4분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1/4분기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됐다. 국내 금융권 전체가 당초 계획했던 경영 전략을 수정해 코로나19 지원에 총력을 다했다”며 “2/4분기 이후 상황이 나아지면 다 함께 신발 끈을 조여매고 영업을 활성화해 다시 빠르게 제 궤도에 올라서야 한다"고 말했다.

수협은행의 1분기 실적이 20% 이상 감소한 것은 지난 2016년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로부터 분리된 후 예금·대출·카드 등 일반 금융업무를 시작한 뒤로 처음 있는 일이다. / 도표=시사저널e

업계에선 수협은행의 순익 감소와 마찬가지로 다른 금융사들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이 오는 23일 1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하고 24일에는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27일에는 우리금융과 IBK기업은행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각 금융지주들의 실적 감소를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5% 감소한 864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8103억원으로 4.2% 감소해 두 지주사의 순익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금융은 3% 감소한 5373억원, 우리금융은 21.1% 감소한 4850억원으로 예상됐다. 

◇0%대 기준금리로 은행권 수익성 지표 하락 중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순익 감소에는 한국은행의 0%대 기준금리 결정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 0%대 진입과 함께 주담대 변동금리도 일제히 하락하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해 이자이익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이달 9일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0.75%로 동결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수익성은 저금리와 저성장의 영향으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NIM은 지난해 1.54%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06%포인트 감소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 / 자료=에프앤가이드, 금융감독원

NIM과 함께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모두 하락했다. 4대 은행의 평균 ROA는 지난해 말 0.605%로 1년 전보다 0.03% 떨어졌고, ROE는 8.527로 0.23%포인트 낮아졌다. 

수익성 지표 하락과 함께 4대 시중은행의 순익도 감소했다. 4재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평균 당기순이익은 2조1033억원으로 1년 전보다 2.8% 줄어들었다. 순익 감소와 함께 수익을 창출하는 은행들의 체력까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인하하면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까지 발생해 수익성 지표는 더 하락하고 그만큼 수익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2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연 2.90%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가계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떨어진 데 따른 결과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이 수치는 4월 들어 또 떨어져 대출금리는 4월에도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은행들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순익 감소가 예상되지만 대출이 최근 큰 규모로 늘어나고 있어 큰 수준의 순익 감소는 없을 것이다. 다만 연체율 상승 등에 대해선 은행들이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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