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측 “서버 구축에 비용 많이 들어”
전대넷 설문조사, 대학생 99% “반환 필요하다”

전대넷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반환 등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 / 사진=전대넷 페이스북 캡처
전대넷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등록금 반환 등에 대해 요구하고 있다. / 사진=전대넷 페이스북 캡처

“이번에 큰마음 먹고 대학원에 등록했는데 강의실 한 번 가보지 못했어요. 관련 업무를 깊게 공부하기 위해서 거금을 투자했지만 질문 기회가 부족해 제가 원하던 대학원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어요. 3시간짜리 강의를 2시간 30분만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서 손해 보는 기분이에요.”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등록금 일부 환불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수업의 질을 온라인 강의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은 크지만 대학 측은 서버 관리 등에 많은 비용이 사용돼 등록금 일부 환불 등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강의에 대한 질도 문제지만 실습이 주를 이루는 과목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예술, 체육 계통은 교수와 학생들은 대면 강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온라인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힘들다. 통상적으로 4~5월에 이뤄지는 교생 실습도 연기돼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직접 병원 등에서 실습을 해야 하는 간호학과 전공생들의 경우 온라인으로 임상실습이 대체돼 실무를 익히는데 한계가 있다. 일부 의대, 치대에서 대면 강의와 실습을 진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시 그에 따른 책임은 개인이 진다'는 내용이 담긴 서약서까지 써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부 대면 수업을 시작한 학교도 있다. 중앙대의 경우 지난 20일부터 일부 강의를 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대일 실기와 5인 이내 수업 유형을 채택한 강의에 한해서 현장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강의는 참여 학생의 동의서 제출 및 대학본부 유관부서와의 방역 협조를 전제로 하되, 대면 강의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참여 의사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온라인 강의를 제공해 투트랙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구권의 대학교 대다수는 올해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한다. 계명대는 한 학기 전체를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면서 교직원의 급여를 일부 반납 받아 학생들에게 20만원을 지급했다. 대구대는 전교생에게 장학금 10만원을 재난지원금 형태로 지급했고 대구가톨릭대는 재난장학금을 확대했다.

서울에서는 이화여대, 서울여대, 건국대 등이 올해 1학기 수업 전체를 온라인 강의로 진행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이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입학금·등록금 환불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온라인 강의 서버 증축을 위해 네트워크 회선비용이 적잖게 투입됐다는 이유다. 다만 일부 실험‧실습 비용이 책정돼 높은 등록금을 내는 전공의 경우 해당 부분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여지는 남겨뒀다.

한 대학 홍보팀은 “현재 등록금 환불 등에 관련한 별도의 논의는 없다”면서도 “실습을 포함하는 수업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 제한적으로라도 시행하긴 해야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교육부에 평가를 통해 올해 추가 배분 예정인 약 1200억원의 예산을 학생 수 등에 따라 배분하고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완전 일반지원으로 전환해 대학의 행·재정적 부담을 완화하고 자율성을 보장해달라고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에 건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교육부의 답변이나 지침은 없는 상황이다.

대표협 관계자는 “등록금 환불이라는 의제로 논의를 진행한 적은 없다”며 “등록금 관련 문제는 등록금심의위에서 전적으로 결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대교협이 강제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대학 측에서는 온라인 강의를 하더라도 유지비가 많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지출이 많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 교육부와 3자 협의하는 장이 열리면 만남을 갖는 것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청원에는 대학교 등록금을 일부 환불해달라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각 대학 커뮤니티 등에도 불만을 쏟아내는 글들이 계속 등록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합동 릴레이 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단체 전대넷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국내 203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2만17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9.2%가 ‘상반기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 온라인 강의의 질, 학교 시설 이용 불가, 경제적 부담, 실기수업 미실시 등을 꼽았다.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답한 이들의 87.4%는 납부 등록금에 대한 반환 형태를 선호했다. 학교별 현황에 따른 장학금 지급을 원하는 이들은 11%였다.

등록금 반환 비율에 대해서는 55%가 반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20~30% 반환이 28.4%, 전액 반환이 9.5%였다.

전대넷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재난 상황이 두 달째 계속되고 있다. 원격 수업 시행이 한 달 지나면서 등록금 반환 및 대학가 대책 마련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총선이 마무리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등록금 반환 등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전대넷은 ▲상반기 등록금 반환 ▲학생 요구안 수용 ▲교육부‧대교협의 3자 협의회 참석 ‧대학생 경제 대책 마련 ▲제21대 국회의 약속 이행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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