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상당부분 징계사유 불인정···“인정된 사유만으로는 해임 안됐을 것”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잦은 결근과 직원들에 대한 갑질 등을 이유로 해임됐던 주 태국 한국문화원장에 대한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적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징계위원회가 인정한 징계사유 상당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징계 처분이 심각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은 주 태국 한국문화원장으로 일했던 A씨가 문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3년간 주 태국 대한민국 대사관 주재관 신분으로 주 태국 한국문화원 원장으로 근무했다. A씨는 문화원 직원 8명 중 7명이 제보한 비위행위를 근거로 지난 2018년 8월 해임됐다.

A씨의 징계사유에는 잦은 무단결근 및 지각, 운전기사에 대한 갑질, 외교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사적인 용무 지시 등이 있었다. A씨의 해임은 박근혜 정부 문체부의 기강해이 사례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해임의 근거가 된 징계사유 상당부분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일례로 문체부는 A씨가 근무시간 중 문화원에 부재할 경우 그 시간 어디서 어떤 업무를 했는지 소명하도록 하고, 대사관 등 다른 장소에서 근무했다고 할 경우 공용차량일지, 대사관 연·병가 내역, 대사관 당직표 등의 소명자료를 요구했다. 자료가 없는 경우 부재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징계사유에 포함했다.

반면 재판부는 A씨가 문화원에 부재한 사실만 확인되고 대사관에 부재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A씨가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근무 장소를 이탈한 사실까지는 인정할 수는 없다고 봤다. 대사관은 국가시설이기 때문에 소명책임을 A씨가 아닌 피고인 문체부에 지게 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A씨의 결근 및 지각, 조기퇴근 징계사유 상당부분이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근무태도 및 근무 장소 무단 일탈 징계사유 중 상당부분, 외교관을 무시하고 외교관으로서 부적절한 처신, 대외업무 소홀, 부적절한 업무지시, 임신한 직원에 대한 과도한 업무지시, 공적차량 사적 이용, 감사방해 행위 중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인정되지 않는 징계사유들이 가벼운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전체 징계사유 중 비중이 작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징계위원회는 이 사건 해임처분의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됨을 전제로 원고에 대한 해임을 의결했는데,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 해임처분을 했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공무원에 대한 해임은 신분을 박탈하는 것으로 파면과 함께 가장 중한 징계처분이다. 원고가 징계를 받은 전력이 없고, 19년간 국가공무원으로서 나름대로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보태어 보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너무 커서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