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코로나19로 신예대율 규제 완화
은행권 원화대출금 증가율 하락세 바뀔 듯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은행권의 대출 영업이 되살아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은행의 신(新)예대율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 완화를 통해 가계에 공급되는 대출자금을 늘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은 대출 여력이 커진 만큼 위축된 대출 영업 시장에 활기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00% 한도에 맞춰야 하는 은행들의 신(新)예대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해주기로 했다. 당국 방침에 따라 은행들은 내년 6월 말까지 5%포인트 이내 범위에서 예대율을 위반해도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다. 

예대율은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이다. 금융당국은 올 1월부터 은행권의 예대율 비율을 100%로 유지하도록 했다. 가계대출 잔액 비중은 15% 늘리고 기업대출은 15% 줄여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기업대출은 늘리도록 유도했다. 

이에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예대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으로 예수금을 늘리는 노력도 강화했다. 정기적금 특판상품 등을 내놓고 예금을 유치한 것이다. 

국내 6대 은행의 원화예수금 및 원화대출금 증가 추이. / 사진=시사저널e 

이에 지난해 9월 말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은행 등 국내 6개 은행들의 원화 예수금은 2018년 말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6.6% 증가했다. 반면 원화대출금은 같은 기간 4.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원화대출금은 2017년 말에서 2018년 말까지 6.8% 증가한 바 있어 은행권의 대출 증가율은 하락한 상황이다. 

또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55조5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율(5%)보다 높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으로선 당국의 신예대율 적용에 따라 예대율 한도인 100%를 넘길 수 없다 보니 기업대출을 늘리거나 예수금을 늘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예대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이 예대율 규제를 지킨다고 신규 대출을 줄이거나 고객의 대출 만기 연장을 거절할 경우 가계가 받을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내년 6월 말까지 5%포인트 이내에서 은행들이 예대율을 위반해도 제재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할 예정이다. 

예대율 규제 완화 외에 금융당국은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LCR이란 고유동성자산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LCR를 100% 지키도록 권고한다. 당국은 통합 LCR 규제 비율을 오는 9월까지 85%로 낮추기로 했다. 외화 LCR 규제 역시 5월 말까지 80%에서 70%로 낮추기로 했다. 

은행업계는 예대율과 LCR 규제가 완화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4대 시중은행들의 예대율이 95%를 넘는 상황에서 규제가 완화되면 다시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예대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해 특판 대출상품이 사라지는 등 영업이 축소된 면이 있었다"며 "올해 대출 여력이 커지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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