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반포15차 사업에 파격 조건 제시···‘역마진’도 각오
삼성물산·대림산업 비해 브랜드 인지도 열세···“수주 가능성 낮아”
“강남권 핵심 입지 반포 등장만으로 홍보 효과 ‘톡톡’”

호반건설은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에 400억원대의 무상품목과 0%대의 사업비 대출이자를 제시하며 경쟁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DB

강남 재건축 시장 입성을 향한 호반건설의 기세가 무섭다. 호반건설이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에 400억원대의 무상품목과 0%대의 사업비 대출이자를 제시하며 경쟁사들을 놀래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다른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나 선호도, 경험 등에서 뒤처지는 만큼 실제 수주까지는 난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강남권 정비사업 시장에 호반건설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남는 장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390억원대 무상품목·0.5%대 금리 제안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 사업의 공사비로 2513억원을 제시했다. 이 금액에는 390억원 규모의 무상품목이 포함됐다. 호반건설은 품질 향상을 위해 가전, 마루, 벽체, 거실 아트월, 주방 가구, 욕실 타일 등 고급 마감재를 무상품목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140억원가량의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재건축 시공 이익률은 10% 이내로, 신반포15차의 시공 이익은 25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역마진’까지 감수할 만큼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사업비 대출이자도 파격적이다. 호반건설은 연 0.5% 금리 수준의 사업비 대출이자를 제시했다. 이는 경쟁사인 삼성물산(연이자 1.9%), 대림산업(CD+1.5%)이 제시한 것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자에 따라 금융비용이 수십억원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조합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전략이다. 그 밖에 호반건설은 ‘분양 시기(피크타임) 선택제’를 통해 조합원들이 선분양과 후분양 중 유리한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공공택지사업 통해 성장···강남권 정비사업 통해 재도약 준비

호반건설이 이번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강남권 정비사업 진출을 위해서다. 호반건설은 2010년대 초부터 신도시와 택지개발지구에서 자체 개발 사업에 집중해 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비교적 싼값에 공동택지를 매입해 시공·분양하는 사업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건설에 시공사로 참여해 공사를 하면 공사비만 받는 구조인 반면 땅을 사서 시행과 시공을 하면 모든 게 건설사의 수익이 된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기를 맞으면서 호반건설의 공공택지사업은 분양하는 건마다 흥행했고, 이는 호반건설이 급격히 성장한 계기가 됐다.

업계에서는 호반건설이 경쟁사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에 비해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만큼 신반포15차 수주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그래픽=시자저널e DB 

하지만 호반건설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공택지가 점차 줄어들면서 자체 개발 사업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동안 레저·언론·유통 등 신사업을 펼쳐 왔지만 주택사업은 여전히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이 정비사업에 눈을 돌린 이유다. 다만 지방 출신에 갑자기 성장한 건설사라는 꼬리표는 호반건설을 여전히 따라다닌다. 호반건설의 이번 도전에는 강남권 수주를 통해 이 같은 시선을 불식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업계, 삼성물산·대림산업 2파전 전망···“수주 실패해도 홍보 효과 낼 것”

호반건설의 파격적인 조건에도 신반포15차의 수주전은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의 2파전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름값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호반건설은 합병을 통해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 순위 10위로 10대 건설사 반열에 올랐지만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와 인지도는 대형 건설사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조사한 ‘2020년 4월 아파트 브랜드 평판 순위’에 따르면 호반건설의 대표 브랜드인 ‘호반베르디움’은 13위를 차지했다. 수도권에서는 ‘호반 써밋’을 제공하고 있지만 단지가 많지 않아 인지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서 당장 수억원대의 현실적 이익보다는 브랜드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기존에 저렴한 공사비나 분양비가 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올라가 시세 차익을 더 고려하는 추세다”며 “희소성과 상징성을 갖춘 대형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포 아파트 시장에 자이·래미안·아크로 등 대형 브랜드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대형 건설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일각에는 호반건설이 수주에 실패하더라도 ‘남는 장사’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수주 가능성은 없지만 삼성물산·대림산업 등 쟁쟁한 대형 건설사들과 경쟁을 하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호반은 지난 2018년 대우건설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이후 이번에는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의 중심인 강남권, 그중에서도 핵심 입지인 반포에 등장하면서 이름을 제대로 알린 모습이다”고 “수주전에서 패배하더라도 일반 수요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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