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간산업 지원 대책 검토···전문가들 “고용유지 전제 회사채 정부지급보증 필요”
기업 지원 옥석가리기 두고 “지금은 우선 지원, 구조조정은 경제안정화 시점서 해야 충격 줄어”
“고용유지 전제는 지켜질 수 없는 약속, 사회적 안전망 확대 및 옥석가리기 중요” 의견도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늘어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기들이 늘어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기간산업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지원책을 고민하는 가운데 회사채 정부지급보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다만 고용유지와 노사 간 임금조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반면 고용유지 전제는 현실상 지켜지기 어렵다며 정부의 사회적 안전망 확대와 기업 지원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이번 주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고용 위기 대책과 함께 기간산업 지원 방안을 논의해 발표할 계획이다. 기간산업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등을 중심으로 국가 산업의 토대가 되면서 전후방 산업 연관성이 크고 고용 영향도 적지 않기에 정부의 지원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을 기간산업 지원책의 방식과 전제 조건 등에 따라 기업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주목받는다. 경제전문가들은 위기상황에 따른 기간산업과 고용에 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회사채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떨어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기간산업 기업들은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의 경우 신채권을 발행해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새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워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사저널e>에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정부가 회사채에 대해 지급보증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지금 대형 항공업체들도 회사채를 발행할 여건이 안 된다. 다만 이들은 정부가 보증을 하면 긴급한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 국가들도 이러한 방향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현금이 바닥 난 저가 항공사에 대해서는 정부가 담보 없이 긴급 대출 지원을 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기존의 긴급 금융은 담보 조건이 까다로워 이용하기 어렵다. 다만 이것은 고용 유지가 전제돼야한다”고 했다.

정부가 특수목적기구를 통한 회사채 매입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직접 피해를 입은 회사의 채권은 정부가 특수목적기구를 만들어 매입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신속한 자금 지원이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업 지원 조건으로 고용 유지와 노사 간 협약을 통한 임금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허 교수는 “미국 등은 직원 해고와 임원진 보너스 금지를 조건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도 이러한 고용 유지를 전제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도 정부 지원의 조건으로 기업이 일자리를 유지하되 노사가 협의를 통해 임금 조정 등은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고용 유지라는 전제 조건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기업 스스로 자구 노력과 법정관리 중 선택하도록 기준을 만들고 실업 대책을 강화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란 이야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고용 유지’라는 전제가 말은 좋으나 사실상 현실적이지 않다. 최근 조선업종 지원에서도 고용유지는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는 기업이 자구 노력과 법정관리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실업 대책 등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지원의 옥석가리기는 안정화 시점에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기간산업 지원에 있어서 장기적으로는 한계기업을 걸러내야 한다. 다만 지금은 옥석 가르기에 시간을 쓰기보다 이 작업은 차후에 위기상황을 넘긴 후에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가 안 좋을 때 구조조정은 충격이 크다"며 "정부의 지원은 고용유지 및 노사 간 합의에 따른 임금조정 등을 연계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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