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800억원에 매입···대한항공, 현재 가치 6000억원 추정
입지적 희소성에도 각종 규제로 개발 이익 거두기 어려워
서울시·이낙연, 공원화 의지 확고···인허가 절차 쉽지 않을 듯

대한항공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입지적 희소성을 감안해 해당 부지의 가치를 6000억원까지 보고 있다. 다만 부지가 각종 규제로 개발이 어려운 만큼 기대하는 매각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 사진=시사저널e DB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 대한항공은 이 땅의 가치를 6000억원까지 내다보고 있다. 10년 전 매입가격보다 3000억원 높은 금액이다. 하지만 송현동 부지의 가치가 대한항공의 기대만큼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송현동 부지는 이미 각종 규제로 대한항공은 물론 이전 소유주인 삼성생명도 개발에 실패한 곳이다. 여기에 인허가권자인 서울시가 해당 부지에 대한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그 외 개발은 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송현동 부지(3만6642㎡)의 매각 주관사로 정하고 매각 작업에 착수했다.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은 시장분석 및 매수 의향자 조사·자산 가치 평가·우선협상자 선정 등의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한한공은 송현동 부지를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송현동 부지의 공시지가는 지난해 기준 3094억원(3.3㎡당 2791만원)이다. 매입 당시(1302억원·3.3㎡당 1175만원)와 비교하면 135.5%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의 입지적 희소성을 반영해 실제 가치를 더 높게 보고 있다. 해당 부지는 서울 중심가에서도 최적의 입지로 평가 받는다. 동서로는 서촌-경복궁-창덕궁이, 남북으로는 북촌, 인사동이 위치해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추정하는 송현동 부지의 예상 매각 가치는 6000억원(3.3㎡당 5410만원)이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2800억원(3.3㎡당 2526만원)에 매입했다. 만약 본 입찰에서 그대로 거래가 된다면 대한항공은 10여년 만에 3200억원의 시세차익을 누리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입지적 희소성 외에는 딱히 장점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해당 부지는 ‘고도지구’에 속해 건축물 높이가 16m 이하로 규제돼 5층 이상 건물 신축이 불가능하다. 아울러 제1종일반주거지역이라 건폐율은 60% 이하, 용적률은 100~200%로 묶인다. 주거지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용적률이다. 4층 이하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만 지을 수 있다. 뛰어난 입지에 비해 개발 이익이 낮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외에도 송현동 부지에서는 각종 규제로 인해 개발이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다. 대기업인 대한항공과 삼성생명이 개발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 규제가 향후 개발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송현동 부지에서 개발을 원하는 사업자가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 인근에서 건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현지조사를 거친 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문화재청의 승인 작업이 완료된다. 문화재 심의 통과 이후에도 다시 서울시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최종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 정치권에서도 해당 부지를 공익적으로 활용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앞서 시는 지난 22일 해당 부지를 매입해 공원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송현동 부지에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나타내 왔지만 공식적으로 매입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종로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송현동 부지는 지상이든 지하든 상업시설은 들어서기 어려운 곳”이라며 “숲과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경복궁 일대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고급주택 단지가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공공성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개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법상 제약이 많은 만큼 대한항공이 예상한 매각 가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시장에서 토지가격은 유용성·희소성·유효수요 등 3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적용된다”며 “입지적 희소성이 뛰어나도 개발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없다면 토지의 매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도심지의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높은 상황에서 공시지가의 2배를 넘는 매각 금액도 매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규제가 산재한 상황에서 토지이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매수자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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