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이상 징역 가능하지만 재판부 거치며 작량감경 통해 집행유예 받아

서울 서초구 대법원 깃발.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깃발. / 사진=연합뉴스

조주빈의 n번방 사건을 비롯, 온갖 성범죄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인내심도 이제 바닥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이같은 상황이 되기까진 성범죄자, 특히 아동성범죄자들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풍토 때문이란 지적이 많은데요.

형법상 아동성범죄자는 무기징역, 또는 징역5년 이상의 유기징역 처벌을 받도록 돼 있는데 왜 솜방망이 처벌이 많다는 것일까요?

이유는 바로 재판과정에서 감형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성범죄자 솜방망이 처벌과 관련해서 늘 법이 약하다는 비판들을 하지만, 사실 재판과정에서 재판부가 관대함을 베풀지 않는다면 강력한 처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성범죄자 감형의 단골 이유는 성범죄자들이 반성을 하고 있다거나, 이전에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7년 제주도에 사는 김모씨(당시 45세)는 자택에서 아내가 집을 비운 사이 16세 의붓딸의 신체를 만지며 강제 추행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전에 성범죄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는 게 당시 재판부 설명이었습니다.

2015년 당시 울산지방법원 형사1단독(신민수 부장판사)는 8살짜리 의붓딸을 무릎에 앉히고 성추행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이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이 이유였습니다.

징역 5년 이상이 처벌 기준인데 집행유예 처벌이 나오는 이유는 작량감경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판사재량으로 형을 반으로 깎아주는 것인데요. 원래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에만 적용되지만, 징역 5년을 작량감경 하면 3년 이하 징역형이 가능하고 이와 더불어 집행유예 판결도 가능해지는 것이지요.

그래서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기준은 재판을 거치며 솜방망이 처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 작량감경과 관련해선 피의자들이 반성문을 쓰는 등의 행위로 반성하고 있음을 판사에게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 n번방 피의자들도 잇따라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하는데요. 성범죄자들 사이에서 반성문이 거래되고 대필이 이뤄질 정도로 이 행위가 감형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합니다. 반성문으로 형량을 감형 받았다고 자랑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하네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예 아동성범죄 처벌 기준 자체를 5년 이상의 징역이 아니라, 7년 이상으로 올리자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형량을 절반으로 깎아도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형량이기 때문에 범죄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어쨌든 n번방 사건까지 성범죄가 진화됐다는 점을 볼 때 성범죄자 처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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